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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12
조회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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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생김새와 꼬리를 쳐들고 스르륵 소리를 내는 습성, 그리고 본질적으로 독사라는 특성 때문에 방울뱀을 코브라나 블랙맘바 같은 A급 괴물뱀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요. 하지만 방울뱀은 야생에서는 철저한 약자랍니다. 꼬리를 쳐들고 내는 ‘쉿쉿’ 소리는 “난 맹독이 있으니 까딱하면 널 물어죽일 수 있다”는 위협음으로 알려져있죠. 하지만 사실은 “제발, 소생을 살려주사와요. 여기저기 먹거리가 널려있는데 굳이 나 같은 미물을 사냥할 필요가 있나요”라는 눈물겨운 애원에 가깝습니다. 그 숱한 쉿쉿 소리에도 개념치 않고 왕뱀은 방울뱀의 몸통을 경쾌하게 조여 유쾌하게 머리 한국장학재단 대학원 부터 꾸역꾸역 삼켜버리죠.
캐나다에서 포착된 가터뱀들. 이들이 뭉쳐서 만드는 이른바 '흘레공(mating ball)'의 규모느 경우에 따라 수백마리를 훌쩍 넘기도 한다./Canadian Geographic
왕뱀의 목 서울저축은행 구멍을 거쳐서 위장으로 향하는 그 최후의 순간까지 방울뱀은 처연하게 꼬리를 흔들며 쉿쉿 소리를 내요. 방울뱀의 위협을 재빠른 스텝으로 요리조리 피하던 들새 길달리기는 단 한번의 타이밍으로 부리로 방울뱀의 머리를 물고 냅다 바위를 향해 패대기칩니다. 혼절한 방울뱀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길달리기의 모래주머니에서 탈곡기로 제몸뚱이가 탈탈 털려 산산조각난 걸 깨달 기업은행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 았을 땝니다. 이런 가련한 약자인 방울뱀이 모처럼 미국 언론에 등장했어요. 콜로라도 깊은 숲속에 터잡고 사는 방울뱀들의 은밀한 일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시선을 잡아끕니다.
강추위로 유명한 미네소타에서 가터뱀 몇마리라 한국신용평가정보 콜센터 몸을 부둥킨채 겨울을 나는 장면이 포착됐다./Minesota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겨우내 동면을 마친 방울뱀들이 따뜻한 볕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밖으로 나왔어요. 한마리가 아닙니다. 수십마리가 그 기다란 몸을 뒤엉켜있어요. 살아있는 거대한 실타래입니다. 그 특유의 도시지하철 비늘이 콜로라도의 작열하는 햇살을 맞아 황금빛으로 반짝입니다. 이렇게 방울뱀들은 신체를 뒤엉킨 우글거림으로 또 한 해를 맞이합니다. 뙤약볕을 쬐며 체온과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린 뒤 주된 먹잇감인 쥐를 찾아 나설 것이고, 서로의 이성간 호르몬에 이끌린 성숙한 암수는 진득한 흘레로 대 잇기에 들어가겠죠. 이 중 상당수는 올빼미와 매, 족제비의 한끼 간식거리로 희생될테고요. 그렇게 이들의 우글대는 또아리에서 생명의 기운이 움틉니다.
비교적 소규모로 이른바 '흘레공'을 만든 암수 가터뱀들./Jeff Mitton.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번식철 흘레붙을 때를 빼곤 뱀은 대체로 외롭게 생활하는 단독생활자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작고 약한 뱀일수록 함께 뭉쳐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함께 한다고 해서 두려울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먹잇감으로 사냥당할 확률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실타래처럼 뭉친 습성은 단지 자기방어의 측면이 아닌 욕정과 본능의 결과물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터뱀입니다. 본래의 토종이든 외래종이든 미국 땅에 터잡고 사는 야생뱀들의 위험성과 전투력을 알파벳 순서대로 늘어놓는다고 가정해봅시다. A는 두말할 것 없이 동남부 최대 포식자로 등극한 외래종 버마비단뱀이 차지하겠죠. 그 끝 그러니까 X Y Z 의 끄트머리쯤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 가련한 가터뱀입니다.
한마리를 떼어내서 본 가터뱀. 독이 없는 무해한 뱀이다./Washing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
종류에 따라 몸길이는 다른데 아무리 커도 1.5m를 넘지 않는 비교적 소형뱀입니다. 게다가 단 한방울의 독도 품지 않은 독없는 뱀이예요. 몸집이 작다보니 사냥감의 스케일도 여느 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달팽이·거머리·지렁이·올챙이·작은 물고기 등을 주식으로 삼고, 간혹 운이 좋으면 작은 새나 물고기, 개구리 등을 사냥합니다. 사냥꾼인 동시에 사냥감이라는 얘기죠. 사방팔방에서 이 가련하고 순한 뱀을 노리는 포식자가 드글드글합니다. 이렇게 작고 약한 가터뱀은 그러나 치명적으로 기괴한 습성으로 인간에게 깊이 각인돼있어요. 바로 흘레공(mating ball)이라고 불리는 집단 짝짓기입니다. 우선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동물의 행위를 사람의 기준으로 해석해선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장면은 영락없는 혼음(混淫)이라고밖에 할 수 없거든요. 가터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흘레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겨우내 동면에서 깨어난 가터뱀들은 우선 수컷들이 굴밖으로 나와서 소진된 원기를 회복합니다. 그리고 2주가 지나면 암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수컷들을 광분하게 하는 묘한 페로몬을 풍깁니다. 이 향취가 수컷들을 떼로 이끌리게 합니다. 한 마리의 암컷의 몸뚱이로 여러마리의 수컷이 다가가 몸을 부둥킵니다. 암컷 한마리와 상대적으로 덩치가 왜소한 여섯마리의 수컷들이 부둥킨, 비교적 작고 소박한 흘레공의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한마리의 암컷(왼쪽)과 짝을 짓기 위해 여러마리의 작은 수컷들이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Jeff Mitton. University of Co;orado. Boulder
사진을 오른쪽 아래 밝은 몸색깔을 한 암컷의 머리, 그리고 그 주변으로 암컷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수컷 여섯마리의 머리가 매직아이처럼 숨어있다 확 튀어나오는 듯 합니다. 여섯마리 수컷의 눈빛에서 결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반드시 이 다섯놈들 떼어버리고 내 유전자를 반드시 이식시키고 말리라는 결기 말입니다. 그렇게 한마리의 암컷 몸에 뒤엉킨 수컷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하기 위한 처절한 몸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숨통이 조여지고 체내 산소가 고갈되는 바람에 암컷이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천신만고끝에 맞닿은 총배설강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이식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안심은 금물입니다. 젤라틴 성분으로 된 일종의 ‘딱풀’을 갖다붙여 경쟁자들의 유전자가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봉쇄하려는 후속 작업이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처절한 몸싸움이 벌어지죠. 이렇게 소규모 흘레공도 욕망과 본능로 처절하게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하물며 더 큰 흘레공은 어떨까요?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가터뱀 서식지에서는 수천마리가 함께 뒤엉켜있는 초 거대 흘레공이 발견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뱀이 애당초 울림통이 없어 울부짖지도 지저귀지도 못하는 파충류라는 점이 때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수백 수천마리의 떼로 뭉친 흘레공을 이루는 뱀들이 몸을 부둥키며 내는 소리를 상상해보십시오.
가터뱀은 일부 뱀과 마찬가지로 암컷 체내에서 알이 부화해 새끼 뱀을 내보내는 난태생입니다. 한 배에서 나온 새끼뱀들의 유전자들을 분석해보니 아비가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로 판명난 사례도 있다고 하네요.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눈쌀찌푸려지는 혼음일지언정 생존의 필수 덕목인 유전적 다양성의 유지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욕망의 덩어리로 점철된 흘레공. 그 욕망의 본질은 결국 대대손손 번성하겠다는 종족 번성의 욕망 아닐까요.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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