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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11
조회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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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 강의 정말 좋았습니다. 여자분이신데도 논리적이시네요."
강의가 끝난 후 내게 들려온 이 '칭찬'은 마치 칼에 설탕을 발라 건네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양손으로 감사히 받자니 이상하고, 뿌리치자니 무례해 보일 것 같아 나는 애매한 미소만 지었다.
집에 돌아와 이 상황을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뭘 그런 걸로 신경 써. 칭찬해 준 거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맞다, 나 혼자 유난스럽게 민감한 건가?
그런데 며칠 후 고민 끝에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보였다. '여자분이신데도 논리적'이라는 말은 마치 "원래 여자는 논리적이지 않아야 정상인데, 당신은 예외네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아, 쌍용자동차회사 이게 바로 '착한 차별'의 민낯이구나.
▲ ?한국어는 정말 특이한 언어다(자료사진).
우리
ⓒ kimibmoon on Unsplash
한국어는 정말 특이한 언어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주목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상대 중심 사고'다. 예를 들어 물에 빠지면 한국인은 "사람 살려!"라 미소금융대출은행 고 외친다. 반면 영어권에서는 "Help me!"(날 도와줘!)라고 말한다. 한국어는 타인의 행동을 촉구하는 방식이고, 영어는 자신의 필요를 직접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대 중심적 특성이 우리의 수식어와 높임말 체계와 만나면서 미묘한 차별의 온상이 된다. "여자인데도","남자인데도", "나이답지 않게", "장애가 있 리스차량대출 는데도"... 이 표현들은 모두 '정상'에서 벗어난 '예외'를 찾아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 마치 누군가를 끊임없이 분류하고 라벨링 하는 자동 분류기 같다고 할까?
높임말 체계도 가관이다. 우리는 대화할 때마다 끊임없이 사회적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 사람은 나보다 몇 살 위인지, 직급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 관계는 어느 정도인지' 실 합병절차 시간으로 계산해서 말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서양 언어의 'you'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너', '당신', '그쪽', '선생님', '본인'... 친구들과 얘기하다가도 누군가의 부모님이 오시면 순식간에 말투가 확 바뀐다. 마치 수십 개의 언어 모드가 내장된 스마트폰 같다.
어느 날 외국인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라고 내가 칭찬하자, 그가 말했다. "고마워요. 근데 전 10년 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 순간 내 말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깨달았다. 그에게 한국어는 일상 언어인데, 내가 계속 '외국인' 프레임으로만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10년 된 친구에게 "아직도 살아있었네!"라고 말하는 것만큼 뜬금없는 일이었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이런 깨달음이 많았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수식어들이 얼마나 선입견을 담고 있는지 말이다. "지방대 출신인데도 실력이 좋네요", "고졸인데도 아이디어가 참신하네요"... 이런 말들은 모두 특정 집단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깔고 있다.
최근 읽은 언어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형성한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말이 괜히 명언이 아니다. 수식어와 높임말로 가득 찬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분류하고 위계를 설정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진다.
이제 나는 언어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여자인데도"를 "역량 있는", "나이답지 않게"를 "에너지 넘치는"으로 바꿔 말한다. 수식어를 떼고 직접적으로 칭찬하니 오히려 메시지가 더 강해진다는 걸 발견했다. "여자인데도 리더십이 뛰어나요" 대신 "리더십이 뛰어나요"라고 말하면, 성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높임말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예의는 중요하지만, 과도한 높임말이 진정한 소통을 막을 때가 있다. 요즘 많은 회사가 '님' 호칭을 쓰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언어적 평등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이제 내가 입을 열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이 말에 무의식적 편견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가끔은 실수도 하지만, 적어도 인식하고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우리의 일상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데도"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잠시 멈춰서 그 속의 전제를 생각해 보자. 우리의 언어가 더 포용적이 될 때, 우리 사회도 더 포용적이 된다.
'착한 차별'은 악의 없이 시작되지만, 누적되면 일상을 매일 살며시 괴롭게 만든다. 언어를 바꾸는 건 거창한 개혁이 아니라,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은 습관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당신의 말속에는 어떤 '착한 차별'이 숨어있는가? 함께 찾아보고 바꿔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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