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의 2011년 공연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지금은 일본인들도 야키니쿠를 좋아하지만 예전엔 가난한 노동자나 재일 한국인들이 가는 곳으로 여겨졌어요.”
재일동포 2.5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68)이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으로 14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난다. 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재일동포들의 삶이 사라지기 전에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록하고 싶었다”며 “주인이 주로 재일 한국인인 야키니쿠집이야말로 재일동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야키니쿠는 일본어로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
연극의 배경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럭키세븐
지방 변두리 철로변 조선인 빈민촌. 태평양전쟁에서 왼팔을, 한국전쟁으로 아내를 잃은 용길과 그의 재혼한 아내, 그리고 두 사람의 자식들이 곱창집을 운영하며 가난과 차별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다. 2008년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 공동 제작으로 초연했는데, 당시 한·일 양국에서 각종 연극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퓨쳐 주식
2011년 재공연 이후,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일본 도쿄 공연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씨제이(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달 일본 신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일본 신국립극장 제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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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았던 동네가 배경인데, 작품 속 아버지의 대사 중엔 실제로 제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을 옮긴 것이 많아요.” 그는 “한국 귀국길에 감기로 배를 타지 못했고 그 배가 침몰했다는 이야기는 실화”라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품이 호평받은 이유를 묻자 “연배가 있릴게임황금포카성
는 관객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연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작품이 담고자 했던 재일동포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정 연출의 생각이다. “한·일 양국 간의 문화 교류는 늘었지만 재일 한국인의 역사나 고생스러운 삶은 가려지고 잊히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느낍니다비에스이 주식
.” 그는 “재일 한국인만의 역사나 감춰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만든 작품”이라며 “한국을 내 나라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본에서 자랐기에 생기는 복잡한 마음도 작품에 녹아 있다”고 했다.



재일동포 2.5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은 무거운 주제도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예술의전당 제공


그는 여러 작품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해학과 유머 코드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인생에는 희극과 비극이라는 2개의 레일이 펼쳐져 있고, 그것이 끊임없이 뒤집히며 가는 것이 곧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괴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웃음과 눈물, 여러 요소가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흥미롭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시작되는 프리쇼. 배우와 악사들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흥겨운 연주를 들려주고, 고기 굽는 냄새를 풍기며 관객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정 연출은 “연극이 일종의 제사나 마찬가지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결국 ‘희망’이다. 그는 “사는 게 싫어지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나 응원의 말 한마디 덕분에 ‘그래도 살아볼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저는 그런 ‘작은 응원’과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