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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곤 기아차 전 노조지회장
광주형 일자리 돕다 제명 위기
“나쁜 일자리 프레임으로 반대
산업공동화 해결할 대안 내놔야” 
이기곤 “원·하청과 정규직·비정규직의 심각한 격차 문제를 풀려면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이하 기아차 노조)의 조합원 자격 박탈(제명) 위기에 놓인 이기곤 전 기아차 노조 광주공장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기아차 노조의 변화를 바라면서다.
기아차 노조는 3일 대의원대회에서 그와 박병규 전 광주 부시장(현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을 만장일치로 제명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의안은 노조 운영위로 이송돼 심사를 거친 뒤, 금속노조의 추인을 받아 처리될 전망이다.
이 전 지회장은 2014년 11월 광주형 일자리의 모태가 된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모색했다. 기아차 광주지회장으로 재직하던 때다. 현대차와 의견 차이로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 위기에 놓였을 때도 노동계를 대표해 한국노총 광주시 의장과 함께 원탁회의에 참석해 최종 타결을 끌어냈다. 기아차 광주공장 수출선적팀에서 일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의 큰 골격에는 합의했지만 투자자 모집, 차종 선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회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 후속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 제명 안건이 상정된 2일 밤 이 전 지회장과 전화인터뷰를 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이없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Q : 기아차 노조 대의원대회에 제명 안건이 상정됐다.
A :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했거나 규약 위반을 했다면 제명 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는 정책의 문제다. 정책에 이견이 있다고 조합원 자격 박탈을 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파를 모두 징계하겠다는 것인가.”
Q : 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
A :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 문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또 누구나 얘기하듯이 원청과 하청 간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는 정규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노조도 개입해야 한다.”
Q : 현 노조 집행부는 그와 반대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다.
A : “충분히 논의했는지 의문이다. 반대를 한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조건 ‘나쁜 일자리’로 프레임을 짜는 게 안타깝다.”
Q : 3년 투쟁에 돌입하는 등 반대 투쟁은 갈수록 심해질 것 같은데.
A : “광주광역시의 산업구조상 취직하기가 만만찮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기아차 노조의 투쟁과 조합원 제명 논란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쟁 전선에서 현대차 노조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기아차 노조의 위기감으로 작용한 듯하다.”
Q : 노조에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A : “가장 안타까운 건 내용을 알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광주형 일자리의 내용이 뭔지, 뭘 추구하는지를 파악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스스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막무가내식으로 ‘반값 임금’ ‘노조 권리 박탈’이라고 주장하는 게 안타깝다. 광주형 일자리는 첫 시도다. 그러니 만들어가면 된다. 조금씩 수정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산업공동화나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것도 없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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