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x 리서치는 12일 엑스(X)를 통해 “미국의 규제 명확성이 대두되는 동시에 수십억 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으로 이동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엑스(X)]
이더리움(ETH) 가격이 3400달러 선에서 횡보하며 시장이 숨을 고르는 사이, 수면 아래에서는 ‘총성 없는 자본 이동’이 한창이다.
월가를 위시한 기관 자금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로 조용히 집결하며 ‘제2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사이클’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10x 리서치는 12일 “지금이 2026년 디파이 사이클의 첫 장(First Chapter)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10x 리서치는 “시장의 관심이 쏠리지 않는 곳에서 중대한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 명확성이 대두되는 동시에 수십억
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x 리서치의 진단에 따르면 오랫동안 스테이블코인(USDT) 발행 시장을 주도했던 트론 네트워크를 이더리움이 2024년 말부터 가파르게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10x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은 480억달러(약
65조원) 폭증하며 트론의 증가분(158억달러)을 압도했다.
토큰 터미널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국채 등으로 뒷받침되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TMMF)’의 자산운용규모(AUM)가 84억달러(약 11조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출처=엑스(X)]
기관 자금의 유입은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RWA는 미국 국채, 부동산, 미술품 등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화하는 기술이다.
이날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토큰 터미널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하는 ‘
토큰화 머니마켓펀드(TMMF)’의 총 자산규모(AUM)는 약 84억달러(약 11조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작년 초 대비 무려 60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이러한 성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BUIDL(비들)’ 펀드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피델리티(FDIT), 프랭클린 템플턴(BENJI)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대거 진출하며 RWA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RWA 열풍’과 ‘스테이블코인 대이동’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의 총 토큰화 자산 규모는 2010억달러(약 273조원)로, 전체 블록체인 시장(약 3140억달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토큰 터미널은 “이더리움의 토큰화 자산 시가총액이 이더리움(ETH) 시가총액의 ‘바닥’을 설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 기반 USDT(테더) 발행량(백색선)이 트론 기반 발행량(청색선)을 2024년 말부터 가파르게 추월하고 있다. 10x 리서치는 이를 ‘미래 자본의 선점(forward capital positioning)’을 의미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했다. [자료=10x리서치]
실제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지난 1년간 거래 처리량은 18조달러로, 국제 결제 네트워크 1위 비자(Visa)의 연간 처리량(15조 4000억달러)을 추월했다.
최근 단기적인 가격 횡보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의 ‘축적’ 신호는 뚜렷하다.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소의 이더리움 보유량은 작년 5월 이후 18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을 팔지 않고 장기 보유(콜드 스토리지 등)를 위해 인출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잠재적인 매도 압력을 크게 완화하는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니어스 법(GENIUS Act) 등 규제 기반이 마련되고, 월가 기관들이 RWA를 통해 본격적으로 온체인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더리움은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글로벌 결제 및 자산 결제 레이어’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금의 조용한 자본 축적이 내년 이후 본격적인 디파이 랠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