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연예인·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몰래 조회하거나 유출하는 등 업무상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실태가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다. 재직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기 위해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사례도 발각됐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찰청 및 서울·부산경찰청 정기감사’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간 경찰의 수사·개인정보 무단조회 및 유출 사례가 지속되면서 고위험군 172명을 선정해 사적 조회 및 관리·감 독 실태를 점검했다. 경찰은 주민자료 등 조회서비스(폴조회),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CS) 및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으로 개인정보 및 형사사법정보 등을 수집·처리할 수 있다.
감사 결과, 경찰 92명이 지인과 유명 연예인,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회 당시 목적은 허위로 기재됐다. 2022년 3~7월 사이 총 5차례에 걸쳐 연예인 4명과 민간인 1명의 운전면허 대장을 사적인 목적으로 조회한 경우도 있었다.
수사 유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지난 3년간 사건 관련자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총 34건으로, 유출한 경찰은 총 49명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를 진정한 사안을 경 찰이 피진정인에게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무단 개인정보 조회와 수사 정보 유출이 미흡한 정보보호체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주의 통보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스토킹 피해자 보호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토킹 관련 112 신고 385건은 '상담 문의' 등으로 잘못 분류돼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중 4건은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경찰청에 스토킹 관련 키워드 자동 검색 기능을 도입하고 맞춤형 순찰의 실효성을 높이라고 통보했다.
경찰이 재직 중 로스쿨에 다니기 위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출근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한 행태도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이 2021~2024년 경찰청 소속으로 로스쿨에 진학한 325명 중 8명을 조사한 결과, 전원이 복무규정을 위반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2021년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였던 경찰권 분산과 지역 치안서비스 개선 효과를 점검한 결과,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보완수사 관리가 부실해 실질적인 수사기간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에 감사원은 수사 정책 수립에 필요한 분석 범위를 확대하고, 1차 종결 사건 점검의 실효성을 강화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자치경찰제가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