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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사회부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활동을 마무리하며 '용산 지역 철거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8개월간 과거 검찰이 왜곡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 17건을 골라 조사해왔다. 용산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이 사건은 2009년 서울 용산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과 경찰특공대 충돌로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이날 수사팀이 당시 유족에게 통지 없이 사망자 부검을 집행해 형사소송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검찰은 용산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은 "과거사위 발표는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앞서 과거사위의 '김학의 사건' 발표 직후 한상대 전 검찰총장도 "명예훼손"이라며 과거사위를 상대로 5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과거 검찰 잘못을 바로잡자고 시작한 일이 또 다른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긴 데는 무엇보다 과거사위가 뚜렷한 혐의나 증거 없이 관련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측면이 크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예컨대 한 전 총장 경우만 해도 그는 "(과거사위가 문제 삼는)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윤씨 사건을 수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고 했지만, 과거사위는 이를 뒤집을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보고서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과거사위 사건을 조사하는 실무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맡았다. 여기서 올 초까지 근무하다 나온 박준영 변호사는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 글을 올려 "(김학의 사건) 보고서를 쓴 사람(검사)의 의사가 무시당한 채 난도질당했다"고 했다. 이 사건 기록을 가장 충실히 본 조사단원의 검토 보고서를 일부 외부 조사단원이 입맛에 맞게 고친 측면이 있다는 취지였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관련해 "이를 엄격히 처벌할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수시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도 구태를 반복한 것이다. "만약 2기 과거사위가 생긴다면 1기 과거사위의 '과거'부터 조사해야 할 판"이라는 한 변호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정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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