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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역대급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다. 이번 산불로 30명 이상 사망하고 10만4천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북·경남·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액을 1조818억원으로 확정했다.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안전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60~90대 노인과 장애인, 환자 등이었다. 안전취약계층은 스스로 산불에 대처하기 힘들다. 원리금체증식상환 이번에 산불 피해를 크게 입었던 영덕 대곡리의 허영숙(70)씨는 지난 7일 찾은 취재진에게 “시골에선 6시면 저녁 먹고 잠든다”며 “이장님이 직접 집집마다 방문해 사람들을 끌어내다시피 대피시켰다. 이장님이 없었다면 인명피해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곡리는 마을회관에서 보이는 주택 중 2가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10여가구가 불탔다. 현재 재난경보체계는 파산면책후누락채권 재난을 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번 산불에서 대피명령은 주로 재난문자와 방송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고령층은 청력과 시력이 약화돼 대피명령을 인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명피해를 최소화 아주캐피탈자영업자 하기 위해선 평상시 재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번 산불 때엔 산불이 근처까지 다가왔으나 대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의성 사촌1리 이장 박기(70)씨는 “주민들집을 찾아가 일일이 설득하며 나오라고 했다. 폭풍 같은 바람에 하늘은 온통 연기로 덮였고 불똥이 날아다니는 상황이라 집에서 끄집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라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 여자직장인옷 을 말했다. 실제 박 이장은 대피하지 않던 부부의 집을 직접 찾아가 대피시켰다. 박 이장이 달렸던 길은 논 사이로 차 한 대만 지날 정도로 좁고 굽이졌다.
산불은 강력한 바람에 의해 삽시간에 번졌다. 지난 3월25일 경북 안동 길안면 영덕당진고속도로 동안동 인터체인지 일대 주택금 고속도로가 폐쇄된 모습. 기후위기기록단
지난 3월25일 산불이 덮친 경북 안동 길안면의 모습. 당시 맑은 날이었지만 산불의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가기 시작하면서 대낮이었는데도 시야가 가려졌다. 이 불길이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져갔다. 기후위기기록단
일본의 경우,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이를 알리기 위해경계 레벨 5단계로 이뤄진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2단계에서는 주민들이 피난 장소와 비상용품을 점검한다. 3단계에선 안전취약계층의 대피를 먼저실시한다. 4단계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대피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기초자치단체장이 대피 관련 핵심 역할을 수행하지만, 일본은 이처럼주민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이 각 단계에 맞춰표준화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다른 나라의 재난 관련 경보 체계에서도 참고해야 할 대목들이 많다. 캐나다의 경우 방송, 현수막, 드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난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통신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경찰,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방문한다. 호주는 6단계 경보 체계를 갖춰 주민들의 신속한 대응을 돕는다. ‘산불 대피 가이드북’을 배포해 평상시에 주민들의 재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가이드북에는 해당 지역의 지형, 대피소 위치, 대피 경로, 재난 취약계층 수 및 이동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안내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산불에서 발송됐던 재난문자에는 안전한 장소와 대피경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재난 당국은 산불로부터 안전한 대피소를 마련해두지 않고 있었다. 산불이 발생했던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양덕 등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는 민방위 대피시설과 지진대피시설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산불대피소는 기재돼 있지 않다. 경상북도는 2024년 마을마다 대피 시설을 지정해놓는 ‘1마을 1대피소’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각종 재난에 대비한다는 푯말과 달리 산불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설은 충분히 갖춰져있지 않았다.
경북 산불의 인명 피해는 우리나라 산불 재난 대응에서 대피 체계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5개 시군 가운데 의성을 제외하면 산불 대피소를 마련하지 못해 대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그냥 피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안타까움을 보였다. 충남 홍성군의 마을 단위 재난대피소의 모습. 사진 정대연
산불 확산은 바람이 결정짓는다. 풍속과 풍향을 통해 산불의 이동경로와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정부는 무선으로 관측값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자동기상망’을 활용해 산불 주변의 바람을 분 단위로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3월25일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5개 시군에서는 모두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5m를 넘는 강풍이 관측됐다. 풍속이 초속 15m를 넘으면 사람이 바람을 향해 걷기 힘들다. 의성 단북면에선 오후 3시50분 17.6m/s, 안동 풍천면에선 오후 3시12분 19.3m/s, 청송 주왕산면에선 오후 5시28분 15.7m/s, 영양 석보면에선 오후 4시42분 15.6m/s, 영덕 달산면에선 오후 1시21분에 15.1m/s의 순간 최대 풍속이 기록됐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산불 대피에선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대규모 산불과 강풍이 관측됐지만 지자체의 대피 명령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청송군은 군청 뒤 야산에서 불길이 번지던 오후 6시51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이미 오후 5시28분에 지동기상망으로 15m/s 이상의 강풍이 기록된 후였다. 오후 7시경 청송군 파천면에서 대피 중이던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고 2명이 자택에서 숨졌으며 1명이 실종됐다. 영양군도 오후 6시19분에서야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오후 3시29분부터 이미 석보면에는 15m/s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었다.
실시간 풍속을 파악하는 것은 산불 대응의 기초이면서 기본이다. 시군 상황실에서 관내와 시군 경계 주변의 자동기상망을 활용하여 풍속 정보를 파악하여 대응하면 대피는 물론이고 예방도 효율을 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영남 산불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있는 자동기상망의 모습. 사진 정대연
영남 산불은 한반도 초유의 재난이었다. 이번 산불 당시 야간에 비화 현상 때문에 산불이 더욱 번지고 있는 모습. 기후위기기록단
경북 산불의 한가운데였던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 운동장 옆에는 자동기상망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이 장치에선,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5월7일에도 분 단위로 실시간 측정된 기상정보가 계속 전송되고 있었다.같은 날 찾은 영덕군 영덕읍 농기계센터에 자리한 자동기상망 역시 계속 돌아가고 있다. 자동기상망은 전국에 최소 3000개 이상이 있다. 하지만 기상청, 지방자치단체, 산림청, 농촌진흥청, 홍수조절통제소, 국립공원공단 등 기관별로 칸막이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건조, 습도, 강풍 등 실시간 기상정보는 쌓이고 있으나 재난 대응을 위해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효율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내 자동기상망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계는 비단 산불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실시간 강풍, 폭우 등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면 더욱 안전한 재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를 갖추고자동기상망 데이터를 연계한다면, 선제적인 재난 대처로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대연(한겨레교육문화센터 기후위기기록단)
편집자주
초유의 산불 재난으로 기록되는 영남 산불이 일어난지 한달을 넘기고 있다. 30명 넘는 인명 피해와 4000동 넘는 주택·시설 피해, 그리고 4000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제뉴스를 통해 접했던 ‘기후위기’ 재난으로서 산불이 한반도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재민에 대한 피해 지원과 복구로 분주한 가운데 이번 대형 산불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기후위기 재난의 당사자인 청년의 시선과 발걸음으로 4회에 걸쳐 살핀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현장에 대한 기록과 관찰’을 교육받은 청년들이 산불 현장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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