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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23
조회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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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경북의 여러 곳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의성, 산청 등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영덕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피해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산불이 지나간 영덕은 어떤 모습일까. 관광객 발길이 크게 감소했다는 뉴스 몇 개만이 소식을 전할 뿐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다.
최근 직접 영덕을 찾았다. 여행 중 영덕 군민을 만났다. 저녁을 안 먹었다고 하니 “우얄꼬, 이재민 컵라면이라도 드실래요?”라는 당황스런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자신의 집이 다 타버린 이재민이라는 그였다.
어쩌면 지금 영덕은 기부만큼 절실한 것릴게임손오공
이 ‘여행’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가슴이 절로 따뜻해질 후회없는 영덕 여행지 곳곳을 소개한다.
부산에서 ‘바다’ 보러 영덕까지 오는 이유
삼사해상로 / 사진=김혜성그랜빌
여행+ 기자
영?덕 하면 바다, 바다 하면 영덕이다. 심지어 부산에서 사는 이들도 고즈넉한 휴양을 위해 영덕을 찾을 정도다. 영덕에는 바다를 따라 산책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산책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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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삼사해상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중 영덕군 강구항 남쪽에 자리한 ‘삼사해상산책로’. 이곳은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길이는 233m로 짧은 편이지만 영덕 바다를 즐기기에는 나무랄 데 없다. 나무 덱 길을 따라 놓은 알록달항셍주가지수
록한 벤치가 운치를 더한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 부채꼴 형태인데 그 모습이 바다와 퍽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삼사해상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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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해상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곳에서 부산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을 만났다. “어쩌다 영덕까지 여행을 왔냐”고 물으니 “바다를 보러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바다가 있는 부산서 굳이 영덕까지 바다를 보러 오다니.
그는 “자식이 영덕으로 요양을 보내줬다. 영덕 바다는 물이 맑아서 정말 좋다. 부산 바다는 해수욕장이 많아서 늘 사람에 치이는데, 이곳은 고즈넉하고 여유로워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삼사해상로에서 푸른 바다를 구경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영덕 바다에 큰 파도가 시원하게 일어 울퉁불퉁 솟아있는 암초를 덮는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수심이 얕은 곳은 바닥이 훤히 보인다. 영덕 바다의 아름다움에 넋 놓고 물멍(?)을 때리게 된다. 그제야 부산서 영덕으로 바다를 구경하러 왔다는 여행객의 말이 이해가 간다.
삼사해상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곳에서 바다를 가만 보고 있으면 영덕의 공기조차 평화롭게 느껴진다. 어찌나 평화로운지 영덕의 새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산책길 중간에 낚시 체험 공간이 있으니, 낚시에 취미가 있다면 도구와 미끼를 개인적으로 준비해 가져와도 좋다. 한 편에 영덕 군민이 운영하는 작은 매점도 있는데 이곳에서 물가자미 등 영덕 특산물과 간식 등을 판매한다.
칠(Chill) 바이브 느껴지는 해파랑공원
해파랑공원 입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영?덕 해파랑공원에서는 뒤로는 듬직한 산을, 앞으로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 해파랑공원은 강구항 연안을 매립해 조성한 공원이다. 면적은 2만 2385평(74000㎡)으로 축구장 10배 크기다.
해파랑공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해파랑공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곳을 옛말로 하자면 배산임수(背山臨水)고 요즘 말로는 ‘칠(Chill)’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칠(Chill)은 현대 영어에서 ‘느긋하다’, ‘여유롭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여유를 찾고자 하는 MZ세대 사이 신조어다.
해파랑공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해파랑공원의 이름 뜻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이다. 정말로 그렇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 정수리가 발갛게 익는다. 파도의 철썩임이 귀를 스친다. 멀리 보이는 붉은 등대까지. 딱 좋다.
해파랑공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해파랑공원에는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이 유독 많다. 먼저 공원 이름을 알파벳으로 적은 무지갯빛 조형물 앞이다. 사진을 찍지 않고 이 앞을 지나칠 여행객은 아마 없으리라.
해파랑공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돌길을 따라 걸으면 집게발을 치켜든 대게 조형물이 나온다. 이 앞에서는 대게 다리처럼 팔을 치켜들고 사진을 남기면 귀엽다. 해파랑공원 중간에 녹색 벤치는 산을 배경으로 푸릇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숨은 사진 명소다.
해파랑공원 내 대게 벤치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공원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도 있다. 놀이터에는 영덕의 명물인 대게를 형상화한 벤치가 있다. 영덕 여행 간 것을 티 내고 싶다면 이곳에서 셔터를 눌러 보자.
현지인이 입 모아 추천하는…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영?덕서 택시 기사, 식당 주인, 정류장에 앉아 있는 어르신께 어디가 가 볼 만하냐고 물었다. 하나같이 바다를 다녀왔으면 숲, 숲, 숲이란다. 영덕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건 알았는데, 숲도 있단다.? 그것도 길쭉하고 곧게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가득한 숲이다.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은 사유지다. 한 영덕 군민이 20여 년 전부터 66만 1157㎡(20만 평) 규모에 이르는 자신의 땅에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하나둘 심은 것이 지금 숲에 이르렀다. 심성 좋은 그 영덕 주민은 이곳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나무를 어찌나 잘 가꿨는지 한참을 올려다봐야 나무 꼭대기인 ‘우듬지’가 보인다. 이 숲속의 나무의 평균 키가 족히 20m는 넘는다고. 정돈된 숲길을 따라가면 편백 군락지가 나온다. 신체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피톤치드 배출량도 엄청나다.
입구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상쾌한 공기 덕에 숨 쉬는 게 즐겁다. 숲에 사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배경음악이다.
“이재민 컵라면이라도 드실래요?” 묻는 어느 영덕 공방 주인
뚝딱이네 공방 차량용 방향제 레진 아트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여?행을 떠나왔으면 기념품은 필수다. 마음 같아서는 영덕 바다를 그대로 담아가고 싶지만 안 될 일이다. 영덕 지품면에 자리한 공방인 ‘뚝딱이네’에서는 영덕 바다를 빼닮은 레진 예술품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뚝딱이네 공방 기념품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뚝딱이네 공방에서는 항아리 공예, 목공, 레진 아트, 가죽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 오직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나만의 영덕 기념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역시 ‘레진 아트’ 체험이다. 액체 상태에서 경화해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는 레진을 활용해 영덕 바다를 표현할 수 있다. 차량용 방향제와 키링 등을 제작하는 체험은 1~2시간이면 끝날 정도로 간단하고 쉽다.
뚝딱이네 공방 레진 아트 방향제 체험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뚝딱이네 공방 레진 아트 방향제 체험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차를 몬다면 ‘차량용 방향제’가 제격이다. 선물용으로도 좋다. 투명한 레진을 방향제 통 겉에 바르는 거로 시작이다. 레진 위 고운 모래와 굵은 모래를 취향껏 뿌리면 모래톱이 만들어진다. 이후 파란 색소를 이용해 영덕의 푸른 바다를 표현한다. 옅은 하늘색과 진한 파란색으로 색상을 나눠 레진을 칠하면 영덕 바다와 얼추 비슷하다.
뚝딱이네 공방 레진 아트 방향제 체험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뚝딱이네 공방 레진 아트 방향제 체험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흰색 레진으로 파도가 부서지면서 생기는 흰 부분인 ‘포말’을 그려낸다. 빨대로 레진 위를 “후후~” 불어주면 자연스럽게 파도가 밀려온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그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조게 껍데기까지 올려준 뒤 굳히면 끝이다. 영덕 바다가 내 손아귀에 있는 듯하다.
박헌영 뚝딱이나네 공방 사장이 대화 중이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레진을 굳히던 중 공방 사장이 “저녁은 먹었냐”고 물었다. “아직 안 먹었다”고 답했다.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우얄꼬, 이재민 컵라면이라도 드실래요?”란다. 알고 보니 뚝딱이네 공방 사장 역시 이번 산불로 23년간 거주한 집을 잃은 이재민이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의 모습 /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의 모습 /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영덕. 영덕은 지난 12일부터 산불 이재민에게 조립식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이달 중 컨테이너 주택 500여 동을 추가로 공급한다. 이번 경북 산불로 인한 영덕 지역의 피해 추정액은 3170억원 가량이다. 산림은 1만 6577㏊(1억6577만㎡)가 소실됐다.
불에 그을린 동전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불이 나고 며칠 뒤 생각나서 찾아온 저금통에는 다 타버려 잿더미가 된 지폐와 그을린 동전이 가득했다. 그 동전을 물에 씻고 또 씻었다고.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은 그다. 그런데도 겨우 저녁때를 놓친 서울서 온 여행객에게 기꺼이 ‘이재민 컵라면’을 내어주려 했다.
뚝딱이네 공방 전경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김헌영 뚝딱이네 공방 사장은 “요즘은 2030세대의 젊은 관광객 분들이 어떻게 알고 많이 찾아와주시는데 그게 참 감사하다”며 “이 레진 아트의 매력은 매번 다른 모양이 나오는 하나뿐인 작품이다. 찾아와 주시면 책임지고 마음에 쏙 드는 기념품 가져갈 수 있게 해 드리겠다”며 웃어 보였다.
▶ 바다가는 달=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가 다양한 해양관광 자원을 발굴 및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5월 한 달 펼치는 캠페인. 바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관광 활성화 캠페인 표어는 ‘파도 파도 끝없는’이다. ‘파도 파도 끝없는’ 다채로운 해양관광의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할인 혜택은 물론 지역별 특화 해양관광 콘텐츠, 특별 행사 등 다방면으로 소개한다.
영덕(경북)=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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