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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사는 김향숙(59)씨는 지난달 5일 근무하던 식당에서 심한 복통을 느꼈다. 일찍 퇴근해 약을 먹고도 2시간을 데굴데굴 구르던 김씨는 급히 택시를 잡아 시내에 있는 진주제일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장이 막혀 음식물이 통과되지 못하는 장폐색을 진단받았고, 밤 10시 응급수술에 들어가 고비를 넘겼다.
김씨를 집도한 의사는 당시 당직이던 박성준 화상센터장. 화상과 비만대사 수술을 전문으로 하지만, 기본적인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전 재건축 문의다. 박 센터장은 “이 병원에서 수술 역량 부족으로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제일병원은 장천공·장폐색 등 급성 복증 응급수술이 24시간 가능한 260병상 규모의 민간 종합병원(2차병원)이다. 진주뿐 아니라 사천, 하동, 통영, 거제 등 경남 서부권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고차매입 내과, 외과 등 16개 진료과를 갖춘 이 병원은 특히 응급 외과 수술로 유명하다. 전남 순천, 광양 등에서도 응급 환자가 실려온다. 로컬 수술(특정 부위를 간단하게 처치하는 수술)을 제외하고 한달 평균 235건의 외과 수술이 진행된다. 가정의 달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6일 오전에도 진주제일병원 원무과 앞은 50여명의 환자로 붐볐다. 수술한 보험사 담보대출 듯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채 로비를 오가는 사람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병원 직원들은 “오늘은 한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주제일병원 응급실을 찾은 2만1천여건 중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사례는 386건에 불과하다. 이 중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보낸 경우는 68건에 그쳐 대부분의 질환은 지역 내에서 다 원리금균등분할 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주의 230곳을 포함해 전국 350개 의원(1차병원)에서 진료 의뢰가 오고, 상급종합병원(3차병원)에서는 한달 평균 400여건의 회송 요청이 온다.
이 병원이 지역의료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박 센터장처럼 외과 전문의 16명이 각자 자신의 세부전공, 전문 분야 외에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수술을 맡을 수 금리인하 영향 있어서다. 정의철 병원장은 “수술이란 게 해당 분과 선생님이 가장 잘할 것 같지만, 복합적으로 엮이면 어려워진다”며 “여기서는 일반적인 수술도 다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인근 상급종합병원은 좀 더 세분화된 진료·수술을 맡고, 일반적인 수술은 진주제일병원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특히 장천공처럼 때를 조금만 놓쳐도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수술을 2차병원이 맡는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인근 상급종합병원인 경상국립대병원과 필수의료 진료·수술을 나눠 맡아 지역 의료 공백을 크게 줄였다는 평을 받는다.
제일병원이 응급 외과 수술에 강점이 있는 반면, 인근 다른 2차병원들은 각각 뇌혈관 질환과 분만 등에 특화돼 있다. 지역 내 2차병원 사이 분업이 가능한 점도 환자가 크게 겹치지 않아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지역 필수의료 사각지대도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1981년 문을 연 이 병원은 44년 동안 한자리에서 진료를 계속해왔다. 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개원 초기 5명이던 전문의는 어느새 66명이 됐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24시간 전문의 진료·수술 시스템을 갖추고 화상센터와 중환자실 등을 유지해온 덕에 김씨와 같은 이 지역 환자들은 멀리 가지 않고 이곳에서 진료를 받는다. 옥광윤 기획원장은 “인건비가 많이 들고 적자도 걱정되지만 지방에서는 이 정도 인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의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주제일병원은 지역 의료 공백을 막는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석구 충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새로운 병원을 만드는 것보다 농어촌이나 지방 도시에서 잘하는 병원을 찾아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당위만 내세우고 돈만 더 주겠다는 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실행방안으로 지역 종합병원 육성에 3년간 2조원을 투입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 오는 18일까지 참여 신청을 받는데,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종합병원이 없는 중진료권에서는 요건을 완화해 예비 지정하기로 했다. 박인호 목포한국병원장은 “지역 완결형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 (의료환경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지정 요건보다 부족하더라도 필수·응급 진료를 가장 잘하는 병원을 지원해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주/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