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실시한 이번 연구가 조금 특별한 점은 동물 교감 치유가 표적 집단의 마음 건강을 어떻게 돕는가를 밝혀낸 데 있다. 연구팀은 먼저 61~74세 ‘활동적 은퇴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활동적 은퇴자란 은퇴 후에도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가리킨다.



(일러스트 프리픽)



이들은 생활 기반이 견고한 편이나, 은퇴에 따른 역할 상실과 고립감 등으로 불안이나 우울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이 인 지 기능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그룹이기도 하다. 참가자 15명은 5주 동안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빗질을 해 주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등의 교감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참가자들은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고(30.7→31.9점), 자기 효능감이 높아졌다(61.3→68.1점). 반면에 우울 척도는 큰 폭으 로 낮아졌고(11.3→6.7점), 스트레스 역시 감소했다(2.90→2.60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는 38.8% 감소했고, 이완기 혈압은 7.3% 낮아졌다.

또한 18~39세 청년 중 스트레스 고위험군을 선별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상자 10명은 개, 고양이, 산양, 닭, 기니피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 풍부화를 돕는 시설을 만들어 주었으며, 사육장을 꾸미는 등의 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그 결과 자아 존중감이 높아졌고(3.13→3.43점), 우울(0.85→0.65점)과 스트레스(2.77→2.56점)가 개선되었다. 장기적인 스트레스와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생리 지표(47.06→41.84점)도 안정화됐고, 급성 스트레스(32.17→29.78점) 평가 지표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들 수치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농촌진흥청은 동물 교감 치유에 적합한 7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노년층, △스트레스나 외로움을 경험하는 성인,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 △올바른 인격 형성과 사회성 향상이 필요한 아동, △자신감 향상이 필요한 청소년, △재활이 필요한 장애인,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등이다. 누구라도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될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사람이나, 주사, 약 말고도, 동물과 눈을 맞추고 가만히 어루만지며 여전히 자신에게 돌봄의 힘이 있음을 깨닫고 실천하는 일을 통해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희망적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4호(25.11.11) 기사입니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