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제어’ 자동화해 손길 최소화마지막 검수 엔지니어 눈·손으로“순서 어긋나면 사고… 수차례 검증”전남 고흥 옮겨져 27일 발사 예정
조립동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광택을 머금은 은빛 금속 표면들이 공장 조명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그 사이사이에서 엔지니어들의 손길만이 뜨거운 온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우주선 내부에 들어선 듯한 정적 속에서, 누리호의 심장은 온전한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누리호 엔진을 제작, 조립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KSLV조립동./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백경게임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KSLV 조립동을 찾았다. 창원1사업장 내 1818㎡(약 550평) 규모의 ‘KSLV 조립동’은 누리호 엔진 제작·조립이 이뤄지는 핵심 구역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일부만 출입이 허용될 만큼 보안 등급이 높다. 오는 27일 새벽 발사될 누리호 4차 탑재엔진도 이곳에서 손오공릴게임 만들어졌다.
조립동 내부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팩토리였다. 용접로봇, 연마로봇 등이 정해진 공정을 따라 차분하게 움직였고, 자동화 공정마다 엔지니어들이 최종 조립을 가다듬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액체엔진 총조립을 담당한다. 1단 로켓에는 75t급 엔진 4기, 2단에는 75t급 엔진 1기, 3단에는 오리지널골드몽 7t급 엔진 1기가 장착된다. 특히 75t 엔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2400개의 부품이 458개 공정을 거쳐야 한다. 누리호급 이상의 중대형 발사체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조립동 한쪽에서는 누리호 1·2·3단 엔진 실물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 발사 예행연습을 마친 엔진에는 마치 ‘훈장’과 같은 사이다쿨 그을린 연소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우주로 향하는 엔진을 만드는 조립동 내부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수많은 배선과 연료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정 하나하나에 세밀한 조립이 요구됐다.



높은 수준의 정밀함도 필수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연 릴게임 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여러 밸브와 부품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정확히 작동해야만 엔진이 점화된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초당 255㎏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키는데 시동 순서가 조금만 어긋나도 곧바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작업장은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자동화 흐름 속에서 움직였다. AGV(무인운반로봇)가 필요한 물류를 각 공정에 공급하면, 로봇이 이어받아 부품을 가공하고 조립했다. 수납 랙에는 나사·부품·실링 등이 식별표와 함께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고, 공정 제어 프로그램이 반복 실행되며 일정한 리듬처럼 현장을 움직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발사체팀 임영훈 차장은 “작은 오차도 그대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차례 검증을 반복한다”며 “자동화 비중이 높아도 마지막 검수만큼은 반드시 사람의 눈과 손으로 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시험모델을 포함해 총 46기의 엔진을 제작했다. 누리호의 심장은 모두 창원에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창원사업장에서 제작한 엔진 역시 200여㎞ 떨어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옮겨져 최종 조립,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상공으로 발사된다.
창원에서 깨어난 엔진들은 곧 우주로 향할 준비를 마친다. 조립동을 나서며 들려온 금속음과 기계음은 단순한 제조 현장의 소리가 아니었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의 열쇠이자,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예고하는 울림이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