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어 6호가 촬영한 달 뒷면. 중국과학원(CAS) 제공



지난해 6월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귀환했다. 당시 과학계의 관심은 '달 뒷면 시료 최초 확보'라는 기록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시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각이 발견됐다. 수분과 휘발성 물질이 풍부한 탄소질 운석 계열, 즉 'CI 콘드라이트(CI chondrite)' 입자다. 이 입자는 태양계가 형성된 약 46억 년 전 원시 물질 조성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모습을 보여주는 물질로 꼽힌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 시료 채취창어 6호가 채취한 시료는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South Pole?Aitken Basin)에서 확보한 약 1935g의 흙과 암석이다. 중국과학원(CAS) 광저우지구화학연구소 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이 가운데 약 2g을 정밀 분석해 7개의 미세한 CI형 운석 입자를 찾아냈다. 전자현미경 관찰과 함께 철·망간·아연 원소 비율, 산소 동위원소 조성비를 종합적으로 측정한 결과 시료의 화학 조성이 지구에서 발견된 CI 콘드라이트 표본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CI 콘드라이트는 물과 휘발성 화합물, 유기탄소를 풍부하게 포함한 태양계 초기의 원시 운석이다. 탄소 함량은 전체 질량의 3~5%에 이르고, 태양의 화학 조성과 거의 일치한다. 또 다른 콘드라이트 운석에 흔한 둥근 알갱이 '콘드룰(chondrule)'이 거의 없고, 오랜 시간 물에 노출돼 형성된 수화광물이 많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CI 콘드라이트는 태양계 형성 직후의 화학적 상태를 가장 잘 보존한 물질로 꼽힌다.
CI 콘드라이트의 발견은 달이 수십억 년 동안 외부 천체의 충돌을 통해 태양계 물질을 받아들이고 그 흔적을 보존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달 토양의 일부 성분이 외부 운석 충돌로 유입된 물질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구에서는 대기권 진입 시 수분 함유 운석이 대부분 소실되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이런 물질이 수십억 년 동안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에서는 CI 콘드라이트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내부에 미세한 기공(pore)이 많고 밀도가 낮아서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대부분 타버리거나 부서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달은 대기가 없고 지질 활동이 거의 없어 외부에서 떨어진 미세 입자들이 손상되지 않은 채 표면에 쌓인다. 이렇게 쌓인 우주 먼지는 수십억 년 동안 거의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이번 분석을 통해 달 토양의 약 0.5%가 CI 콘드라이트형 물질로 구성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구에서 발견되는 CI 콘드라이트 비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CI 콘드라이트는 물과 휘발성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행성이나 위성에 충돌할 때 수분을 전달하는 매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로 초기 태양계에서 지구나 달처럼 안쪽 궤도에 있는 천체들이 예상보다 '물 함유 소행성'의 충돌을 더 자주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성 진화 모델에 따르면 이런 외부 물질의 지속적 유입이 달의 화학 조성을 바꿔놓았을 개연성도 있다.
?이번 발견으로 달 탐사 방향이 한층 분명해졌다. 향후 탐사는 달 표면의 수분과 유기물 흔적을 분석하고, 물과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태양계 물질의 순환과 외부 천체의 충돌 이력을 함께 규명하는 통합 연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달 연구기지 구상하는 중국이 변화의 중심에는 '달 뒷면'이 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 앞면이 수십억 년 동안 태양풍과 미세 운석의 충돌로 끊임없이 변형된 데 비해, 달 뒷면은 태양계 형성기의 화학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창어 6호가 착륙한 남극?에이킨 분지는 지름 약 2500㎞에 이르는 태양계 최대 규모의 충돌 분지다. 약 42억5000만 년 전 형성돼 달 내부 물질과 초기 태양계 성분을 함께 보존하고 있어 '지질학적 타임캡슐'로 불린다. CI 콘드라이트가 남아 있었던 것도 이런 환경 덕분이다.?

세계 각국의 관심도 달 뒷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통해 2030년 전후로 유인 달 착륙을 추진 중이며, 일부 임무는 달 남극의 얼음 자원 탐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과 일본, 인도 등도 달 극지와 뒷면에 대한 탐사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달 뒷면은 태양풍과 지구의 전자기 간섭을 거의 받지 않아 전파망원경이나 우주기상 관측 기지를 설치하기에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도 꼽힌다.
중국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달 탐사 프로그램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내년 창어 7호를 발사해 달 남극의 얼음과 휘발성 물질을 직접 조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창어 8호를 통해 자원 활용 실험과 3D(3차원) 프린팅 기반의 기지 건설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어 203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와 협력해 달 남극 또는 뒷면 인근에 '국제 달 연구기지(ILRS)' 건설도 구상하고 있다. 창어 6호가 임무를 무사히 마치자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고 추진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중국과학원 광저우지구화학연구소의 린망 연구원은 "달 뒷면 시료 분석 결과는 외부 태양계 물질이 내부 태양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달 표면에 있는 물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향후 달의 수자원 분포와 진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