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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중동 정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지뢰밭 위의 중동.’ 이란 일간지 에테마드(Etemad)의 지난 3일 자 1면 헤드라인이다. 공습을 받아 파괴되는 가자지구 건물을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딘가를 향해 힘줘 말하고 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웃고 있는 사진 위에 기 바다신2릴게임 사를 실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한 가자 전쟁에서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에 6만 명 이상의 가자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공세를 멈추기 위해 영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면서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어려워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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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꽁머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하마스 지도부 제거’내세워 카타르 도하 공습 강경파 의식한 무리수로 작전 실패, 중립국 공격에 외교적 어려움 자초 트럼프, 가자 평화 구상 20개 항 제안…이스라엘·하마스 극적 휴전 합의 하마스의 인질 석방으로 훈풍, 완전한 무장 해제에 동의하느냐가 관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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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질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인질 석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 합의에 따라 생존한 인질 20명을 단계적으로 석방했다. [AP=연합뉴스]


게다가 지난달 9일에는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공습하 릴게임뜻 면서 그동안 조용히 관망만 하던 아랍국가들마저 이스라엘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말 그대로 중동정세가 급박히 돌아갔다. 에테마드의 헤드라인 제목처럼 중동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가자 휴전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받아들이면서 지뢰밭 위에 평화의 길이 열렸다.
이스라엘의 정 오션파라다이스예시 보 실패와 오판 지뢰밭에 평화가 들어선 중동 정세의 분기점은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카타르에 계속 불만을 토해냈다. 이스라엘은 카타르가 하마스를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 극우파 정치인들은 카타르를 한번 손봐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전쟁 중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타르의 역할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억류된 포로 가족들과의 만남에서 카타르가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비난하고 미국이 카타르 군사기지 주둔 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결정에 불쾌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 마제드 알안사리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러한 발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무책임하고 무고한 생명을 구하려는 노력을 저해하는 것이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썼다.
그러한 이스라엘이 지난달 9일 사전 통보도 없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 소재 하마스 건물을 탄도 미사일로 공격했다. 당시 하마스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전 협상안을 논의하고자 모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공격했는데, 지도부 제거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스라엘의 정보와 달리 그러한 모임이 당시 공습 장소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중동 미군의 전진기지 역할 도하 공습 여파는 컸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카타르의 관계를 오판했다. 카타르는 산유국으로 자원의 축복을 받은 부국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 큰 나라에 둘러싸인 소국으로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을 표방한다. 카타르는 탈레반·하마스 등 모든 나라가 꺼리는 조직을 수용하면서 중재 국가로서 외교력을 과시해왔다. 2021년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에서 핵심 가교 역할을 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포로교환 성사에 이바지했으며, 2023년 미국과 이란 간 포로교환 역시 카타르가 중재했다. 한국이 이란에 줘야 할 70억 달러도 카타르로 갔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요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MNNA) 19개국 중 하나다. 미국에 알우다이드(al-Udayd)라는 중동 최대의 공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미군 중부사령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카타르는 미국이 지킨다”



카타르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 통 크게 트럼프가 원하는 보잉 747-8 전용기를 선물했다. 향후 트럼프의 중동 구상에서 카타르가 중요한 재원 조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의 도하 공격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 사이의 유대관계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도하 공습 직후 네타냐후 총리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이 어디에 있든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렇게 했다면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접근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고 강변했다. 그는 카타르가 테러리스트를 숨겨 주고 하마스에 자금을 제공하고 집을 내줬다면서 도하 공습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앞으로 다시는 카타르의 주권을 침해할 계획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약속했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 공격을 상대로 카타르의 국가 안보와 영토를 보장하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면서 “카타르의 영토, 주권, 핵심 시설을 향한 어떤 무장 공격도 미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제 카타르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과 카타르의 이익을 보호하고 평화와 안정을 복원하기 위해 외교와 경제, 필요하면 군사 조치를 포함한 모든 합법적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미 의회의 승인이 없는 행정명령이기에 자동 개입을 제도화한 것은 아니나,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하면 이를 미국이 막는다는 말이다. MNNA는 군사적·경제적 특권을 제공하지만, 지정 국가에 어떠한 안보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카타르에 대한 안보 의무를 미국에 스스로 부과한 셈이다.
연정 내 강경파에 휘둘리는 네타냐후 네타냐후 총리의 도하 공습은 무모했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목적이었다면 장기적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더 옳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능력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주변의 반대에도 성급하게 감행하는 바람에 외교적 참사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이스라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터져 나온다. 직접적인 이유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테러에 있다고 보지만, 하마스와 휴전을 하지 않고 계속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휴전안을 논의하고자 하마스의 지도부가 모일 것을 알고 공습했는데, 휴전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도대체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을 앞에 두고 여러 차례 협상을 깼다. 인질을 돌려받고 전쟁을 끝낼 수 있었지만,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밀려 포성을 멈추지 않았다. 강경파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연정이 무너져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네타냐후가 당장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개인 비리 혐의 재판이 속개돼 결국 감옥행을 피할 수 없다. 사익을 앞세워 공익을 해치는 무모한 전쟁을 계속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았다.
사우디는 중국·파키스탄과 협력 도하 공습을 계기로 아랍 왕정국이 몰려있는 아라비아 반도는 주권과 안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도하 공습으로 미국이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짙게 드러났다. 미국이 카타르에 서둘러 행정명령으로 안보 보장을 약속한 이유다.
미국이 쉽사리 손을 내밀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 중국에는 외교 중재와 투자, 미국에는 기술과 첨단 무기, 파키스탄과는 인력 제공과 핵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 직후 이뤄졌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상호방위조약이 이스라엘의 공격 대응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추진해오던 것으로 단지 시점이 묘하게 공습 직후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응하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도 없다. 이스라엘이 미군 기지가 있는 카타르를 공격했다면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을 곳이 없다는 우려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굳이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가자 지구 희생자 더 이상 없길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방안으로 가자 평화 구상 20개 항을 제시했다. 하마스의 즉각적인 무장 해제, 수감자 석방,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 외곽 주둔 지속이 골격인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안을 받아들여 평화의 길로 첫발을 내디뎠다. 관건은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다. 일단 인질을 모두 석방해 훈풍이 불지만, 하마스가 무기를 완전히 내려놓고 가자에서 스스로 무력한 존재로 살아가기로 결심할까?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돼야 비로소 무기를 내려놓겠다면?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빨리 마무리할 수 있는 전쟁을 질질 끌어온 네타냐후 총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살해한 하마스의 범죄 행위를 모두 비난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단 휴전으로 귀한 인명을 더 잃을 우려를 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지뢰밭 위 평화의 길을 더 넓고 단단하게 놓아 모두 안전하게 함께 걸을 수 있길 기원한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