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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녀 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사진=황응준 프리랜서.





이준기의 D사이언스김정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흔히들 보안을 ‘창과 방패’의 싸움에 비유하곤 한다. 한쪽이 공격하면 한쪽은 막아야 하는 숙명의 관계이자 영원한 경쟁의 관계로 얽혀 있다.

제 아무리 견고한 방패를 구축해도 이를 뚫으려는 창의 공격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보안 분야에서 해킹 공격 바다이야기사이트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를 막기 위한 방어 기술도 함께 발전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세상에 나올 때마다 창과 방패 기술은 공진화를 통해 빠르게 무장한다.
40년 가까이 예리하면서 날선 창의 공격을 방어해 온 ‘사이버보안 여전사’가 있다. 김정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은 국내 사이버보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안 업계에서 뚝심 있는 보안 전문가로 통한다.
김 본부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서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잠재적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안보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보안 기술이 뚫리면 기술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된다”며 “모든 릴짱 시스템의 설계 단계부터 보안 기술을 내재화하는 전략과 해킹 사고가 났을 때 임시방편으로 땜방하는 보안 기술이 아닌 국가·사회를 지탱하는 인프라 기술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세종본부 과학바이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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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녀 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사진=황응준 프리랜서.



◇언니의 한 마디로 ‘인생 대전환’… ETRI 입사 후 ‘시스템 OS 전문가’로 맹활약

김 본부장 오징어릴게임 은 어린 시절 내향적인 성격에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해 중·고교 때부터 약대 진학을 꿈꿨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먼저 대학에 들어간 언니의 말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을지는 전혀 몰랐다.
그는 “언니가 ‘약대보다 전산학과가 앞으로 유망하고, 취업도 잘 된다’는 말을 듣고, 재미 삼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 봤다”며 “그러다가 프로그래밍하는 재미에 빠져 덜컥 전산학과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소개했다.
전산학과에 입학한 김 본부장은 코딩의 매력에 더 깊게 스며들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갔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실무 경험을 쌓고자 지금의 직장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공채로 입사해 소프트웨어 연구자 길에 들어섰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당시 정부가 대규모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행정전산망 주전산기 개발이었다.
김 본부장은 10년 동안 행정전산망 주전산기 개발에 참여해 1호부터 5호까지 주전산기 운영체제(OS)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그 때만 해도 국산 OS가 없어 외국 OS를 들여와 주전산기에 적용했는데, 우리 독자 기술로 OS를 개발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었다”며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 동안 OS의 핵심인 커널, 메모리, 프로세스 관리 코드 등의 설계를 맡아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의 한수가 된 ‘보안 연구자’ 변신 시도
줄곧 OS 국산화에 매달렸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보안 부서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었다. 보안은 그동안 김 본부장이 해 오던 연구와 전혀 달라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시스템 SW 연구자로서 연구를 계속할지 아니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지 고민이 컸다. 하지만 처음에 고생 좀 하면 ‘적어도 10년은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기로 했다.
ETRI 내에서 보안연구 조직은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연구 조직은 ICT 발전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보안연구 조직은 ETRI 설립 이후 명맥을 이어 왔다. 현재 ETRI 부설기관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도 보안 연구조직에서 독립해 설립됐을 정도였다.
김 본부장은 “다른 연구 조직은 생겼다가 없어졌다를 반복해 왔는데, 보안 연구부서는 ETRI가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온 유일한 조직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임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녀 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사진=황응준 프리랜서.


◇세계 최초 공인인증체계·보안 OS 사업화 주도
그는 보안 분야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보안 OS 전공으로 석·박사를 받아 보안 OS 연구자로 변신해 다양한 보안 연구에 참여해 연구성과 창출에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의 핵심인 ‘공개키 기반구조’(PKI) 개발에 기여했다.
김 본부장은 “PKI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자상거래, 은행업무, 전자정부 등 모든 게 PKI 인증 기술과 인프라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보안 OS에서도 역량을 발휘해 서버용 보안 OS부터 라우터용 보안 OS, 스마트폰용 보안 OS, 사물인터넷(IoT)용 보안 OS까지 개발했다. 그 중에서 전기·가스 원격검침기에 적용할 수 있는 IoT용 보안 OS를 국내 지능형 원격검침 기업에 이전해 노르웨이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다른 기술은 개발을 마치면 끝이지만, 보안은 그 때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점이 매력적 요소”라며 “돌이켜 보면 10년 할 수 있었던 보안 연구를 20년 넘는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AI·양자 대비한 차세대 보안기술 개발 주력
그는 AI와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지능형 보안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이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됨에 따라 AI에 대한 보안기술과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양자암호 보안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AI가 발전하면서 해킹 공격도 더욱 교묘해져 사이버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AI 시대를 맞아 AI를 활용한 사이버보안 기술,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공격과 이를 방지하는 기술, AI 자체를 안전하게 지키는 보안 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암호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시대를 대비한 양자내성암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소인수분해 기반의 공개키 암호기술이 해독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암호체계인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양자내성암호를 기존 IT인프라의 암호를 대체해 양자시대를 대비하고, 양자 데이터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는 고도화된 암호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녀 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사진=황응준 프리랜서.


◇SKT·KT 이통사 해킹사고 교훈, 시스템 설계부터 ‘보안 내재화’
최근 이동통신사와 금융권을 대상으로 해킹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이버 보안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SKT와 KT 해킹 사고는 각각 ID·패스워드, 펨토셀 기지국 장비 관리 소홀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을 막기 위해선 앞으로 새로운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반영하는 ‘보안 기술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킹 사고가 증가하고,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원인으로 AI를 지목했다. AI를 통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해킹을 시도할 수 있기에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김 본부장은 예측했다.
이 때문에 보안 업계를 중심으로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설계할 때부터 보안을 내재화하는 ‘시큐리티 바이 디자인’(Security by Design)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보안 기술은 제품과 서비스를 다 만들어 놓은 뒤에 땜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여겨왔다”며 “앞으로는 시스템 설계 때부터 보안 기술을 내재화하고, 보안 기술을 인프라를 지키는 핵심 기술로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안 사고가 발생해 사후약방문식으로 뒤늦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행위와 접근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에 기반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보안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보안 기술 역량이 선도국에 뒤지지 않는다”며 “암호·인증, 시스템취약점 분석, 5G·6G 보안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해 가면 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녀 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사진=황응준 프리랜서.


◇민관 주도 ‘사이버보안’ 선제적 투자…데이터 주권 강화 노력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잠재적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이버보안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투자가 시급하다고 김 본부장은 주문했다.
그는 “현재 사이버보안 관련 정부 R&D 과제 규모는 평균 15억원 정도로, 다른 분야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AI·양자시대를 맞아 사이버보안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와 민간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혁신을 선도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통사가 해킹 사고 이후 수 천억원을 사이버보안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결국 보안사고가 난 뒤 후속대책으로 투자 확대 발표가 나오는데, 평상 시에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노력과 함께 당장 비용이 들더라도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영세한 보안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디지털과 AI 시대에서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차세대 보안기술 개발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 조성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