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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책 간담회.[연합뉴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규제한 ‘금산분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산업 자본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40년 넘게 유지해 온 금산분리가 최근 왜 도마 위에 올랐을까? 정부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투자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하면서다.
재계는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천문학적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회사로 두고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두고 관계부처 사이에서도 온도 차가 감지된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등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일부 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야마토게임예시 는 “대기업은 투자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금산분리 규제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하지 못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82년 은행법 개정 과정에서 도입됐다. 당시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잇따랐던 시기다.
바다이야기고래 ◇이 대통령, 샘 올트먼과 면담 첫 언급…최태원 회장도 완화 주장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불을 지폈다. 지난 10월 이 대통령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독점 폐해를 방지할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범위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오픈AI는 삼성전 온라인릴게임 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파트너십 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샘 올트먼 대표에게 “전략 산업은 국가 명운이 걸렸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비 구축, 스타게이트 지분 참여 등을 위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만큼 투자 차원에서 기업의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바턴을 이어받아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지난 달 국민의힘과의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국제무대에서 게임의 룰과 상식이 모두 바뀌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조 단위 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기업 단독 자금이 아니라, 펀드를 구성하고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국내에서도 일반지주회사가 투자전문회사(GP)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금산분리 규제 완화 혜택이 지주사가 반도체 회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로 SK를 겨냥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AI, 반도체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재벌들에 금산분리를 완화 시켜주겠다는 것은 오직 총수일가의 자금 지배력만 강화하는 결과만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와 은행법, 자본시장법상 금산분리 규제 등으로 국내에서는 대기업에서 일반화된 지주회사는 펀드를 자회사로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성장포럼.[연합뉴스]


◇관계부처 엇갈린 반응…기재부 “한정 범위내 검토”·공정위 “규제 유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관계부처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AI 등 첨단산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한적이나마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0조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로 투자를 우선 지원하되, 부족할 경우 금산분리의 근본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달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장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금산분리의 근본적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가 못하는 부분에 대규모 자본조달이 꼭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과 범위로 할지 관계부처와 협의하려고 한다”며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규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에 대한 유혹이 많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은 투자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 간담회가 열린 지 이틀 후 공정위 기자 간담회에서 주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염두에 뒀다는 듯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뤄 상당히 불만”이라며 “30년, 50년, 서구에서는 100년 된 규제를 개별 사안이나 몇 개 회사의 민원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 경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건 주력 기업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특정 기업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나 삼성 반도체 등 모든 기업이 현재의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했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른 경제적 강자에 대한 견제력이 있었기에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짓는데 다른 대안이 있다면 왜 굳이 규제를 바꾸려 하느냐”며 “금산분리 완화는 정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생각해야 할 카드”라고 일축했다.
이후, 최 회장은 기업성장포럼에서 “금산분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자금을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기자 간담회.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시민사회로 확산…“사회적 합의로 도출”
금산분리 완화 논란은 정부와 재계를 넘어 정치권,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당은 이 대통령의 언급 후 AI, 반도체 등 신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사모펀드 운용사 지배 금지를 일부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운용사가 사모펀드의 무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반도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반면, 시민사회는 40년 넘게 유지해 온 금산분리의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 ‘금산분리 원칙 또 훼손하나’를 통해 “AI 투자 확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특정 재벌 맞춤형 규제 완화”라고 비판했다.
결국, 금산분리 완화 여부는 다양한 계층, 단체의 의견을 취합해 사회적 합의 도출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에서는 기업과 금융회사의 공동 투자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 1위 소셜미디어그룹인 메타는 지난달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해 270억달러(약 38조원) 규모로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미국 정부에서 직접 자금 지원을 받는 인텔도 아폴로자산운용으로부터 약 16조원을 투자받아 파운드리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 특혜가 아닌 신성장 산업 육성이란 국익 차원에서 금산분리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산분리가 오래된 제도고, 현재 투자 가능 업종이 일부 반도체나 IT 분야에 한정돼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신성장 육성 차원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산분리는 여태 자본조달의 병목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며 “시대가 변했는데 이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