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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5년 독일에 첫 발을 디딘 뒤 한국을 오가다가, 2016년부터 아예 독일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독일 주재 한국인모임에서 이를 두고 회원들 간 다른 의견들이 치열해져 반박과 탈퇴가 일어나는 상황을 목격했고, 결국 그 모임에선 정치적 대화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의 다른 모임들은 그렇지 않았다. 왜인지 궁금해 상황을 취재했다. <기자말>
[서정은 기자]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선거 이야기가 잠깐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 "여기서 왜 정치 얘기를 하고 그러느냐"며 불편해 했다. 그 순간 대화는 그대로 끊겼고, 분위기는 금세 어색해졌다. 오랜만에 참석한 동창회에서의 그 머쓱한 분위기꽁머니사이트
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 후 독일에 돌아와서도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치 이야기만 하는 건 문제지만, 정치 대화를 나눌 만한, 알맞은 때와 적절한 장소를 구분하라는 말은 더 문제인 것 같다. 상대가 정치 대화를 할 만한 사람인지 봐가면서, 분위기 봐가면서, 눈치껏 맞춰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스타주식
말이다.

때와 장소 가리라고? 독일에선 다르다










▲ 윤 탄핵현대아이티 주식
심판 선고기일, 주변 학교 휴업?긴장감이 높아지는 서울 종로 풍경.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6개 학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휴업에 들어간다. 지난 2일 오후 학생들이 경찰이 진공상태로 만든 안국역 사거리를 건너가는 모습.


ⓒ 이정신천지
민




아마 한국에서 정치 이야기를 민감하게 여기는 경향은, 근현대사를 비롯해 한국사가 매우 치열하기도 했고, 그 사이 정치적인 다툼과 갈등이 번진 아픈 경험 때문일 테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정치적 대화를 민감하다며 피한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오리지날릴게임
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발표한 이후 그 양상은 더 심하고 복잡해졌다.

계엄 선포는 해외에 살면서, 나같이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에게조차 그 자체로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주변 한국인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서두의 사건처럼 '정치 얘기를 왜, 여기서 해'라는 저항과 불편한 감정을 여지없이 자주 경험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정치적 토론이 활발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였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령 반대 집회도 그렇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나누었고, 토론이 이루어졌다. 또, 선거철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한국 사회가 정치 토론 문화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커다란 사건이 잦아들고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정치 대화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느낌이다. 과연 정치적 사건이 문제일까? 나는 정치적 사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자유롭게 정치 대화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또 이러한 현상이 왜 독일에 사는 한국인 사이에서 나타나는지 그 배경과 원인이 알고 싶었다.
독일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독일에서는 정치 이야기가 매우 일상적이다. 민감한 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것이, 독일에서는 일상에서도 전혀 금기시 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여기선 직장 동료, 친구,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대화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은 어떻게 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불편함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독일 사람들 사이에선, 건강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 민주적 시민의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점심시간에 뉴스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현안 토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나아가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 공약을 두고 활발하게 토론한다.










▲ ?독일에선 직장 동료, 친구,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대화도 흔하게 볼 수 있다.(자료사진)


ⓒ silverkblack on Unsplash




예를 들어, 2025년 2월 23일에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충격적이게도) 반이민자 정책을 표방한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제2당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토론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자연스럽다. 독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도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하며 정치적 견해를 묻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뉴스를 보는 법을 가르치고, 정치적 사건을 함께 토론하는 문화이다.
정치 대화를 자연스러운 배경, 유치원부터의 생활 교육
이러한 정치적 대화 문화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살펴보니, 독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정치와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서 배우고 있었다.
독일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도 민주주의 원칙을 배운다. 간식 메뉴를 정할 때도 투표를 하고, 교실 규칙을 정할 때도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다. "너의 의견이 중요해"라는 메시지를 받고 자라기 때문에, 자기 표현과 정치적 대화가 익숙하다. '모난 정이 돌 맞는다'는 표현이 있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셈이다.
초등학교부터 정치 교육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아예 '정치와 나(Politik und Ich)'라는 교육 과정이 존재하며, 학생자치회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절차를 경험한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정치 토론 수업이 일상적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며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단다. 뉴스 기사 분석, 정책 비교 등 정치적 문제를 학습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기른다.

물론 한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이와 흡사한 교육이 진행된다. 그러나 그 교육 방식과 지속성에서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독일 유치원과 학교에서 이뤄지는 정치교육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 어린이를 위해 쉽게 쓴 정치?독일 초등학교 2학년에서 4학년용 정치교육 교재: 독일어로는 기본 정치교육을 촉진하는 실용적인 자료라고 소개하고 있다.


ⓒ https://www.lehrerwelt.de




며칠 전 나는 호프집 벽걸이 TV에 어느 정치인이 등장하자, 장시간 토론하는 독일 청년들을 지켜본 적이 있다. 강한 독일어 악센트 탓에 이방인인 내 눈으로 볼 때, 얼핏 듣기론 그들은 마치 싸우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 보니, 서로의 논리를 듣고 반박하며 대화하는 분위기였다. 독일 사람들은 정치적 대화에서 감정적으로 쉽게 격해지지 않는다. 독일 사회는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대화 중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보다는 서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개인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이 특히 내게는 어려웠다. 사람과 그 사람이 가진 의견을 동일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네 의견'일 뿐이고, '너 자신'은 아니야,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특정 의견을 가진 사람을 개인적으로 공격하기보다, 그 의견 자체를 논의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것은 '정치적 개인주의'와도 관련이 깊다. 개인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독립적으로 갖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
내 의견과 다른 너를 대하는 태도, "동의 않는 것도 동의해"
우리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그것을 표현하는 영어로 'agree to disagree'가 있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to disagree) 너를 내가 동의한다'로 거칠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의견은 다르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라는 의미이다. 차이를 받아들이고 관용을 상징하는 프랑스어, 톨레랑스(tolerance)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정치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고 일상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토론 습관의 차이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정치적 대화를 익히고 경험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정치적 대화를 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큰 사건이 아니라,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나누는 정치 대화 말이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