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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함영님성
날짜 : 25-10-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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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올해 미국 에미상 작품상을 받은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주인공 13살 제이미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시작한다. 동급생 여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그는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별다른 능력도 없다. 여성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도 지니고 있다. 상위 20%의 남자들이 모든 여자를 독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솔'(모태솔로)이다.
소년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따라가는 이 드라마는 십여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된 '인셀'(Involuntary Celibate·비자발적 독신주의자)과 그보다 상위개념이자 남성 중심의 온라인 인터넷빠른대출 집단 또는 운동이라 할 수 있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계) 문제를 정조준했다.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해 나선 이탈리아 시위대 [EPA=연합뉴스]
이들은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여성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무급휴가 것을 비롯해 극단적인 경우는 살인까지 저지른다. 예컨대 2014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살인 사건 8건의 범인은 모두 인터넷에 '인셀'과 관련한 글을 올린 남성들이었다. 이로 인해 최소 61명이 사망했다.
최근 출간된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바다출판사)는 이런 매노스피어 계열 남성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저자인 사이 긴말필요 먼 제임스 코플런드 호주국립대 사회학연구원은 한때 사회의 중심이었던 백인 남성들의 위상 추락과 여권의 신장 속에서 박탈감을 겪는 남성들의 상황을 분석해서 들려준다.
영화 '댓글부대'의 한 장면.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 박은영 B 금지]
"남자는요. 학교에서 성적도 여자애보다 낮고, 퇴학도 더 많이 당해요. 대학도 덜 가고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나 문제 행동 같은 거 때문에 약 먹는 애도 훨씬 많고, 중독도 더 잘돼요. 마약, 술, 포르노 같은 거요. 조직폭력배도 대개 남자이고, 노숙자도 거의 다 남자예 저축은행이자 요. 자살하는 사람, 살해당하는 사람도요. 감옥에 있는 사람들도 남자가 훨씬 많아요. 실업자도 남자가 더 많고 일하다 죽는 사람도 그렇고, 전쟁 나가서 죽는 것도 남자예요. 이혼하면 자녀 양육권을 가져갈 확률도 여자가 훨씬 높고요."
책에 인용된 한 중산층 소년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다. 학교 성적만 봐도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뒤처져 있다. 시험점수도 낮고, 대학 진학률도 낮다. 학습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도 더 높다. 남성 자살률은 더 심각하다. 책에 인용된 2019년 영국 웨일스 지역 자료에 의하면 남성 자살률은 10만명당 16.9명으로, 여성 자살률(10만명당 5.3명)의 3배가 넘는다. 성별 교도소 수감 비율도 마찬가지다. 2022년 미국에 수감된 남성은 114만2천359명이었으나 같은 해 여성 수감자는 8만7천784명에 불과했다.
한 명품 브랜드 팝업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남성들의 위기는 실재하고, 매노스피어 남성의 주장 중 일부는 타당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들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강조한다. 분노의 화살을 잘못 겨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노스피어 남성은 이런 수치를 근거 삼아 남성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분노의 화살을 페미니즘을 향해 겨눈다"며 "그러나 정작 그들을 위험한 노동 환경으로 내모는 고용구조나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촉발한 경쟁 중심의 '문화'가 이들 남성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집요하고 전방위적인 경제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바다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가령, 남성성의 핵심은 나라를 지키는 의무나 가장으로서 책임감,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와 같은 것들이 아니라 '돈' 그러니까 '경제적인 것'이 됐다. '젊음과 외모, 매력, 돈, 과시적 상품 등 남과 구별되는 인플루언서로서의 개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남성성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저자는 "남성은 이제 자신에게 남겨진 유일한 사회적 역할이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미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현실은 남성에게 더욱 깊은 고립감과 소외감을 안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송은혜 옮김. 35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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