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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판정 근거 공유 안돼 책임 회피
평택시 현곡리에 위치한 한국니토옵티칼. 일본 기업 닛토덴코의 자회사로 외투 기업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산업재해조사표’가 산재 사고 재발 방지의 출발점이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제출 기한만 맞춘 형식적인 보고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재 승인 이후 핵심 판정 근거가 즉시 공유되지 않아 사업주가 최소한의 내용만 작성한 조사표를 제출하면 직장인채무통합 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백혈병 산재(8월12일자 7면 보도 등) 사례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났는데,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이 있음에도 사측은 재해 원인과 예방 대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사실만 언급하는 등 불성실한 조사표를 보낸 것으로 네이버퍼센트계산기 파악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를 보면, 사업주는 사망 또는 3일 이상 휴업 재해 발생 시 1개월 이내 산재조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보험급여 결정 통지서’에는 의학적 승인 여부만 안내될 뿐 업무 관련성 판단 근거는 포함되지 않는다. 판정서 전문은 정보공개청구를 거쳐야 하는데, 최대 20일의 처리 기간이 초등학생휴대폰요금 제출 기한과 겹쳐 대부분의 사업주는 판정 근거를 파악하지 않은 채 조사표를 제출한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니토옵티칼은 편광필름 제조 과정에서 톨루엔·에틸아세테이트·페놀 등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열처리 과정 등에서 발암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산재 노동자 김모씨는 지난 2002년 입사 이후 절 노량진자연산 단·도공·용해 공정에서 20여년간 근무했고 지난해 12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럼에도 사측은 재해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최소한으로만 기재한 조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29일 김주영(민·김포갑) 의원실이 공개한 조사표에 따르면 사측은 재해 발생 원인을 “근로복지공단 인정에 따라”로, 재해 예방 계획은 “공정 전반에 대해 점검 중 상호저축은행 학자금대출 ”이라고만 적어냈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정을 운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원인 분석 없이 형식적으로 조사표를 작성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앞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김씨가 근무한 용해공정을 포함해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 1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이종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노무사는 “한국니토옵티칼은 재해 원인을 스스로 조사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 인정에 따른다’고만 적었다. 이는 모르거나 못 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회사 밖으로 넘기는 방식”이라며 “산재 판정 근거가 공유되지 않는 구조가 이런 태만을 가능하게 한다. 판정 단계부터 노출 경위와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