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들어봤을 것 같다. 한 그루의 나무와 소년이 있었고 소년을 사랑한 나무는 소년에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준다. 소년은 나무를 떠나기도 하고 베어서 집을 짓거나 배를 만들기도 하지만 나무는 남은 그루터기마저 노인이 된 소년의 쉴 곳으로 제공한다.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희생적인 사랑을 다룬 감동적인 동화다. 이 이야기 속의 나무는 부모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무가 주는 많은 혜택을 생각하면 나무 그대로도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다.
경기 하남시의 ‘나무고아원’은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나무고아원’은 2000년 4월, 하남시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던 버즘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한강변에 옮겨 심으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하남시 안에서 시작한 수목 이식이었는데, 소문이 나면서 수도권과 경기지역의 공사현장에서 필요 없게 된 나무들을 베지 않고 하남시에 기증하기 시작했다. 각 현장에서 실려 온 나무들이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지금의 ‘나무고아원’이 됐다.
그래서 ‘나무고아원’의 나무들은 모두 다른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 있는 감나무는 마포구 망원동의 공사현장에서 잘려나갈 뻔했던 나무들로 2001년 4월 13일 문화일보의 ‘나무고아원’의 보도를 접한 지역동장이 나서서 이곳으로 오게 됐고, 사계절 붉은 잎을 자랑하는 홍단풍 역시 축사 신축을 피해 이곳에 왔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느티나무 역시 도로개설이나 단지조성으로 인해 옮겨왔다. 이렇게 각지에서 사연을 안고 온 나무들은 한곳에 모여 숲을 이루고 그 숲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나무고아원’ 안에는 버즘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총 33종의 1747그루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숲 안에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유아 숲체험원’이 조성돼 있는데 나무를 이용한 놀이터, 작은 개울을 건너는 무동력 보트타기 등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주말 가족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많다. 우거진 가로수 아래로 미사대교를 바라보며 걷는 강변산책길은 한강의 새로운 매력을 찾기에 충분한 장소이다.
하늘을 가릴 듯이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 아래, 돗자리에 모여 앉은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싱그러운 공기를 제공하고 있다. 제 몸을 기꺼이 내어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옮겨 심은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고아원’. 김종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