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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재판부가 검찰이 유죄의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했던 '부녀의 자백' 에 대해 “검사가 강한 예단을 갖고 관련 답변을 지속적으로 암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백점선(75)씨와 그의 딸(41)의 자백 진술이 수사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된 결과였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부녀는 사건 발생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판결문에 따르면, 광 르노삼성 SM5 디젤 주고법 형사2부(부장 이의영)는 126쪽 분량의 판결문에 검사의 위법한 수사 방식을 상세히 짚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살인·존속살해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이 확정됐던 백점선씨와 딸 백민지(가명)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백씨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해 한글을 무직자캐피탈대출 쓰고 읽는 게 서툴렀고, 민지씨는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점을 악용했다고 봤다.
①재판부는 우선 민지씨가 자백하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했다. 사건 초기 경찰 수사선상에는 백씨 부녀의 이름조차 오르지 않았다. 민지씨는 별건인 '무고 사건' 조사를 받던 중, "허위로 고소한 이유가 어머니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것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이자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긍정 취지로 답변하자 '자백 진술'로 조서에 기록됐다.
재판부는 "백씨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었는데도, 검사가 막연한 추측으로 범행을 확신한 채 유도·암시 질문을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경계선 지능으로 외부 압박에 취약한 민지씨가 이런 상황에서 검사의 확신에 이끌려 긍정 취지의 답변을 하자, 검사가 별내 맛집 이를 '자백'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민지씨 역시 재심 법정에서 "피의자 신문조서엔 본격적으로 묻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자백한 것처럼 나와 있으나, 조서에 정리되기 전 많은 시간 동안 검사로부터 계속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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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특히 "검사는 자백 직후 백씨가 '엄마를 죽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했음에도, 그 진술의 진실 여부나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민지씨가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민지씨가 막걸리를 구입한 시점과 경위에 대해선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②검사가 "네"라는 소극적 반응을 자발적 진술로 둔갑시킨 점도 지적을 받았다. 재판부는 백점선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 진술 역시 증거로서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가 "검은색 봉지 속 물건이 막걸리라고 단정한 건, 딸이 미리 싸이나(청산염)를 섞은 막걸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 묻자, 백씨는 "그건 아닙니다"라고 답했지만 조서에는 정반대로 기록돼 있었다. 백씨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자, 검사가 "시간이 없으니 그냥 넘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③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뒤, 검찰이 항소하면서 새로 확보한 증인·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 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는 항소 후 증인을 다시 소환했는데,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해당 증인은 막걸리를 판매한 식당으로 지목된 사장이었다. 그는 2009년 11월 13일 1심 법정에서는 "900ml 막걸리만 취급했고, (사건 도구인) 750ml 제품은 팔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나, 2010년 11월 검사가 다시 참고인으로 소환하자 "900ml가 떨어지면 750ml 막걸리를 판매하기도 한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해 증언을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는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심 변론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공판을 맡은 검사는 이런 위법한 수사에 눈을 감은 채, 오히려 과거 검사의 잘못을 감쌌다"며 "반성과 성찰 대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고, 결심 공판에서는 백점선 부녀에게 다시 유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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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