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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18
조회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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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은 ‘종교인 한정’ 이야기 같지만, 우리 모두의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지옥은 대개 ‘불’로 상상되곤 하는데 천국은 각자의 경험과 바람에 따라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는 지상에서 선행을 한 만큼 천국에 재물이 쌓여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어떤 이는 신과 함께 영원히 예배할 수 있는 곳일 것이라 한다. 고단한 삶을 산 이에게 천국은 위로와 쉼이 가득한 공간일 것이다. 평소에 잠이 부족한 나는 영원히 꿀잠통큰증권방송
을 잘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천국과 지옥은 인간 사회 너머의 세계 같지만 인간 사회의 세계관 안에서 상상되는 것이다. 느닷없이 천국과 지옥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JTBC) 때문이다.
당신의 천국은 어떤 곳인가요
이해숙(김혜자)은 젊은 시절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남편 고낙준(손JS전선 주식
석구)을 정성껏 돌보며 가정폭력을 당하던 아이 이영애(이정은)를 구해 함께 산다. 생계를 위해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일수를 하던 해숙은 낙준이 사망한 이후 1년 정도 더 살다가 천국으로 간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천국으로 가게 된 인물들을 통해 사후 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환생 가능성과 업보에 따라 사후 삶이 결정되는 구조는 현대통신 주식
불교적이고, 목사와 교회가 등장하고 각 인물이 서로의 구원자 역할을 하는 것은 기독교적이다.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설정은 심리학적이며, 정의 실현이나 도덕적 삶 등에 대한 사유는 영화 ‘신과 함께’, 드라마 ‘굿 플레이스’(넷플릭스)를 떠올리도록 구성했다.
천국에는 장애와 질병이 있을까?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만온라인릴게임 먹튀 검증
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봐야 할까? 생활은 어떻게 하지? 동물도 천국에 갈까? 우리가 한번쯤 품어봤을 천국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드라마는 이렇게 답한다. 천국에는 장애나 질병이 없다. 천국에서는 자신이 살고 싶은 나이와 함께 살고 싶은 상대와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 해숙은 남편이 죽기 전 “지금이 제일 예뻐요”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80살을 선택신규 릴게임
한 뒤 ‘그림 같은’ 집에서 30대가 된 남편과 상봉한다. 천국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험담이나 과격한 행동 등을 하면 포도알 스티커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포도알 스티커를 6개 받으면 지옥행이다.
천국이 인간의 바람과 욕망이 투영된 곳이라면, 지옥은 죄와 정의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곳 지옥에서는 미제사건도, 심신미약도, 전관예우도, 사형 집행을 유예하는 일도 없어. 그만큼 악을 벌하는 데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단 얘기야. 니들 저쪽에서 발 뻗고 편하게 살았지? 그러니까 이제는 제대로 벌 받아야지”라는 염라의 선언처럼 드라마는 지상에서 왜곡되거나, 지연되거나, 불평등하게 적용된 정의 구현의 문제를 꼬집는다. 세태의 변화에 따라 죄의 명목도 늘어난다. 악플과 허위 사실 유포로 돈을 번 인간의 머리는 키보드 자판이 되어 짓눌리는 고통을 당하고, 이른바 ‘동반자살’을 한 인간은 살인죄가 적용돼 지옥에 간다. 불륜도 지옥행이다.
천국이라도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주인공 해숙(김혜자)이 천국 입주 전 상담을 받는 모습. 제이티비시(JTBC) 제공
천국에서 포도알 6개를 받아 지옥으로 떨어진 해숙처럼 ‘미분류’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다. 임사체험(죽음에 가까워진 상태를 느끼는 체험) 중이거나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애매한 경우다. 미분류로 지정되면 다시 심사받는다. 심사 과정은 간단하다.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에 올라가 50이 넘으면 지옥행 확정이다. 해숙은 오랜 세월 낙준과 영애를 돌봤지만, 주변인들의 원망을 사는 일도 많이 했다. 그래서 저울 눈금이 50을 가리켜 지옥에 떨어질 위기에 처하지만, 죄를 뉘우치는 눈물 한 방울 덕분에 눈금이 내려가 가까스로 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천국센터장과 염라가 같은 얼굴을 한 인물(천호진)로 표현된 것과 마찬가지로, 해숙이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정은 우리가 모두 완벽하게 선하거나 완전히 악한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동기와 행동을 지닌 존재임을 일깨운다.
천국에서의 삶은 지상에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돈이 없어 천국 자판기를 이용하지 못해 낙심한 해숙에게 천국센터장은 지상에서 행한 해숙의 선행만큼 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주고, 해숙은 지상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해숙은 자신의 악행 때문에 천국에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해숙은 몰래 선행을 해온 인물이기도 하다는 게 그 과정에서 밝혀진다. 천국교회 목사(류덕환)는 미아가 되어 5살에 교회 앞에서 숨을 거둔 인물인데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상처를 간직한 채 천국에서 삶을 산다. 그런 그가 지상에서 받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해숙을 통해 받고 행복을 찾게 된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속 반려견과 주인의 재회 장면. 제이티비시 제공
드라마는 인간을 우선하여 보여주지만, 동물의 사후 세계도 비중 있게 다룬다. 주인보다 먼저 죽은 동물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나중에 오는 주인을 기다리다 맞이한다. 반려동물보다 먼저 죽은 주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먼저 죽어 미안한 마음을 품고 무지개다리를 건너온 반려동물을 기다린다. 학대당하거나 유기돼 안락사당한 동물들은 “동물을 학대한 인간은 지옥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천국에 온 동물은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지만, 기억과 습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상에서 학대당하거나 유기된 기억이 있는 동물은 천국에서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반면 “눈물 자국”이 보이지 않게 잘 관리된 반려견은 천국에서도 빛난다. 동물은 천국에서도 여전히 인간에게 종속돼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 상상된다는 면에서 인간중심적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등장한 고양이 쏘냐(최희진)의 모습. 제이티비시 제공
인연도 좋은 삶도 중요
드라마는 이런 관계들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수없는 생을 거치는 동안 어느 땐가 우리에게 소중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은혜를 입었거나 또 언젠가 한 번은 내가 해를 입혔던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환생을 앞둔 인간들에게 한 천국센터장의 이 말은 불교의 윤회사상을 넘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상호 의존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해숙과 낙준의 어머니,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이어진다는 설정을 통해 삶의 연속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좋은 삶’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만날 테니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천국센터장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존재에게 친절하고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 아닐까?
물론 이런 이상적 세계관은 드라마 속 천국에서조차 온전하게 구현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천국에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멈칫하게 될 것 같은 면이 있다. 많은 것이 자동화되고 체계화된 천국 시스템과 새로운 입주자를 돕는 ‘천국주민센터’는 일견 편리한 것 같지만 인간세계의 ‘영혼 없는’ 관료 시스템과 닮았다. 살고 싶은 나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차별을 부각한다. 대부분이 젊음을 선택한 천국에서 늙음은 예외적이고 기피 대상이 된다. 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천국에서 고스란히 반복되는 셈이다. 장애도 질병도 없는 곳이 천국이라는 설정은 도리어 장애와 질병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여기게 한다.
성역할은 시대착오적이다. 남성인 낙준은 천국과 지상을 오가며 소원 편지를 배달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가사 노동은 여성인 해숙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천국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룰 정도로 천국에서도 비혼과 이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게다가 해숙은 천국에서조차 시어머니와 갈등 상황에 놓이고 이런 해숙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낙준과 부부 싸움을 하게 된다. 살았을 때 겪은 일과 쌓인 감정을 천국에서도 고스란히 반복해야 한다면 그곳이 과연 온전한 천국일 수 있을까? 천국에서도 부의 불평등과 계급이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상에서 더 많은 선행을 쌓은 이들이 더 많은 자원을 가지는 구조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천국마저도 관료주의, 성차별, 계급 불평등과 자본주의를 비껴갈 수 없는 것이다.
천국마저도 비껴갈 수 없는 ‘불평등’
그간 우리가 상상한 천국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이상적 공간이었다면, 드라마는 인간 사회와 비슷하게 재현함으로써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어떤 곳일까? 자기 몫의 선행을 쌓는 것,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서로에게 미안해하는 것, 약한 존재를 함부로 여기거나 해하지 않는 것, 자신을 성찰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그곳이 천국 아닐까?
오수경 자유기고가·‘드라마의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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