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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당시 최고 주가를 달렸던 와인시장이 지금은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해외 와이너리의 오너와 와인메이커들은 한국 시장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데요. 그래서 자신들의 와인을 알리기 위해 월드투어를 할 때면 반드시 한국을 들리곤 합니다.
5대째 가족 전통을 이어온 칠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Errazuriz)의 오너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도 한국을 찾는 단골 중 한명입니다.
특히 채드윅 회장은 칠레 와인도 샤또 무통 로칠드·샤토 마고 등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과 사시까이아·티냐넬로 등 이탈리아의 슈퍼 투스칸과 어깨를 나애니메이션관련주
란히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넘쳐나죠. 실제로 그는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The Berlin Tasting)’을 통해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을 전 세계에 최고급 와인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그가 방한하면서 산타클로스처럼 선물보따리를 한 무더기 가져왔다고 하길래 서둘러 그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날씨도 좋아 한강을 바라황금성다운로드
보며 마시는 와인 한잔은 천상의 맛이 따로 없었네요.
에라주리즈 채드윅 회장이 지난 13일 무드서울 반포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에라주리즈의 역사와 철학, 대표 와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병준 기자
영진인프라 주식
5대째 가족 전통 이어온 칠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
칠레 중북부의 아콩카구아 밸리에 위치한 에라주리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
정글북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는 1870년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azuriz)가 칠레 중북부의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에 포도밭을 일구며 시작되었습니다.
아콩카구아 밸리는 동쪽 안데스 산맥의 빙하수, 서쪽 태평양, 남쪽 남극, 북쪽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싸여 유주가지수옵션거래
기농 재배 방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청정한 포도 재배 환경이 조성되는 천혜의 땅입니다. 짧은 동서 폭과 긴 남북 길이 덕분에 다양한 포도 품종 재배가 가능하며 다른 와인 생산지보다 적도에 가까워 태양 빛을 강하게 고루 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돈 막시미아노는 칠레 생산자 최초로 프랑스를 방문해 직접 포도 품종을 선별하여 아콩카구아 밸리에 포도밭을 조성했으며 이 지역은 오늘날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아콩카구아 밸리의 잠재력을 알아본 돈 막시미아노의 선견지명 덕분에 자손들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특히 에라주리즈 가문은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선도해 온 동시에 4명의 칠레 대통령을 배출하며 ‘칠레의 케네디 가(家)’로 불리기도 합니다.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베를린 테이스팅(The Berlin Tasting)’.
창업주의 5대손인 채드윅 회장은 에라주리즈의 명성을 전 세계에 떨치는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베를린 테이스팅(The Berlin Tasting)’을 통해 에라주리즈의 아이콘 와인을 최고급 와인으로 부각시켰죠.
2004년에 처음 시작한 베를린 테이스팅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의 최고급 와인과 함께 에라주리즈 와인들을 섞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1976년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을 꺾은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것이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비냐 에라주리즈의 ‘비녜도 채드윅(Vinedo Chadwick)’과 ‘세냐(Sena)’가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돈 막시미아노는 세계 10대 와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18개국에서 22번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추가로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20개 행사에서 칠레 와인은 상위 3위 안에 들었습니다.
특히 돈 막시미아노는 5개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투어 기간 가장 많은 1위를 기록했고 카이 2006 빈티지는 2010년 뉴욕에서 열린 테이스팅에서 오퍼스 원과 샤토 오 브리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마스터클래스에서 제공된 에라주리즈 와인들. 왼쪽부터 아콩카구아 코스타 소비뇽 블랑,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1990,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10,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21, 카이 2013, 카이 2021. 안병준 기자
지난 13일 채드윅 회장이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스타가 된 돈 막시미아노를 비롯해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이지만 지금은 칠레의 대표 품종이 된 카르메네르를 주로 이용해 만든 카이, 그리고 아콩카구아 코스타에서 만든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가 제공됐습니다.
먼저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의 빈티지 1990, 2010, 2021 비교입니다.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죠.
같은 돈 막시미아노라고 해도 그해의 포도 품질, 블렌딩 비율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조금씩 다름을 느낄 수 있었죠.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와이너리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1990은 아콩카구아 밸리 돈 막시미아노 포도밭의 가장 오래된 구획(Max I, II, V)에서 재배된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0개월 숙성되었으며 40%는 새 오크를 사용했습니다.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10은 돈 막시미아노 포도밭에서 재배된 카베르네 소비뇽 78%와 카르메네르 10%, 쁘띠 베르도 7%, 카베르네 프랑 5%를 블렌딩한 와인입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2개월 숙성되었으며 81%는 새 오크를 사용했다네요.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21은 아콩카구아 밸리 내륙의 MAX 포도밭(Max I, II, V)에서 재배된 카베르네 소비뇽 63%, 말벡 22%, 카르메네르 8%, 쁘띠 베르도 7%를 섞었습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2개월 숙성되었으며 70%는 새 오크를 사용했다네요.
흔히들 와인을 여인으로 비유하는데, 빈티지 1990은 연륜이 꽤 들어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중년 이후의 여성이 떠올랐습니다. 코에서는 가죽, 시가 상자, 잘 익은 붉은 과일 향이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파워풀한 면은 적었습니다.
빈티지 2010은 이날의 최고 ‘원픽‘이었습니다. 젊음의 생기를 유지하면서도 시간의 성숙함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최전성기의 여인이 느껴졌습니다. 2010년은 전반적으로 평균 기온이 낮아 새싹 트는 시기와 수확이 늦었으며 3월의 온화한 기온 속에서 숙성이 느리고 고르게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빈티지 2021은 그야말로 지치지 않고 활력이 넘치는 10대 후반 여고생이 떠올랐습니다. 블랙베리와 육두구 향이 코를 찌르고 탄닌감은 부드럽지만 젊고 파워풀한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새로운 매력이 느껴질지 궁금해지는 와인이었습니다.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1990, 2010, 2021 모습. 안병준 기자
‘카이 2013’과 ‘카이 2021’도 이날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카이는 칠레 원주민 마푸체족 언어로 ‘식물’을 뜻하는데, 이를 반영하듯 와인 레이블에 가을철 포도잎이 붉게 물드는 특징을 담아냈습니다.
카이 2013은 아콩카구아 밸리의 MAX V 포도밭 중 최고 구획에서 자란 카르메네르 90%, 쁘띠 베르도 7%, 시라 3%를 블렌딩해 만든 와인입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2개월 숙성되었으며 60%는 새 오크를 사용했습니다.
카이 2021은 아콩카구아 밸리 내륙의 MAX I과 MAX V 포도밭에서 선별된 카르메네르 85%, 시라 11%, 말벡 4%를 섞었습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2개월 숙성되었으며 60%는 새 오크를 사용한 것은 빈티지 2013과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두 와인은 다른 매력을 뽐냈고 개인적으로 빈티지 2013이 더 와닿았습니다.
채드윅 회장은 “과거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위주로 포도를 재배했지만 오랜 연구 끝에 아콩카구아 밸리의 점토성 토양과 기후가 까르메네르 재배에 최적임을 발견하고 카이를 생산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콩카구아 코스타 소비뇽 블랑과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는 태평양에서 12km 떨어진 아콩카구아 코스타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아콩카구아 코스타 소비뇽 블랑 2023은 뛰어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특징이며 겨울 강수량이 풍부하여 포도밭의 활력이 좋았다고 합니다.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2023은 우아하고 뛰어난 산도, 미네랄리티가 특징이며 적당히 늦은 시즌에 숙성도와 산도 유지 균형이 좋았다고 하네요. 두 와인 모두 각 포도 품종의 특징이 드러나면서도 화산성 변성암 토양인 슬레이트 타입 토양에 영향을 받아 미네랄 느낌이 느껴져 무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인을 마시다보니 와인은 하늘의 축복과 땅의 은혜, 사람의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지만 세대를 이어가며 최고급 와인을 만들겠다는 인간의 집요한 집념에 감탄을 금할 수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