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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맞아 일본과 중국의 국제 정치 전문가인 나카토 사치오 리쓰메이칸대 교수와 왕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각각 인터뷰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관계 및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에 방점을 뒀다. 일본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윤 정부 때의 외교 기조 유지를 원하고 중국은 방향 전환을 바란다. 두 나라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양국의 기류가 읽힌다.
새 정부 출범 뒤 한-중 관계 복원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시진핑 중국야마토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두 정상은 윤석열 정부 시기 경색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중 사이 외교적 접촉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균형 외교정책의 방향을 두고 “국제 정세 추세 변화와 국가 이익에 기반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왕융(王勇·59) 중국 베이징대인터넷야마토게임
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들파워 국가(중견 강국)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율적이며 균형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한-중 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와 미국연구센터의 센터장을 겸자동차주
임하면서 중국 외교부 당교 교수와 중국미국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정부 자문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며, 한국 학계와도 두루 교류하며 한·중 문제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한-중 관계는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게 왕융 교수의 진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이분법 틀” 안에 놓고 봐상한가매매
,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걸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해야 했지만, 미국·일본 등에 치우친 외교를 펼쳐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을 “한국의 트럼프”에 빗대며 “대결적이면서 불균형적인 태도는 한국의 이익을 해치고,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봤다코리아본뱅크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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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교정책 노선의 변화에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실용주의와 균형외교는 지금의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가장 현명한 대응 방식이다”고 평가했다. 이런 변화가 가치나 이념보다는 국익 추구와 변화하는 국제 정세의 추세 속에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국제 질서 전반에 있어 미국과 서방 국가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사우스(북반구 저위도 및 남반구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영향력 강화가 외교 노선 조정의 배경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추세 속에 미국 등이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경제와 군사·안보 등 여러 면에서 ‘신냉전’을 추동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왕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본질적으로 세계화의 산물이고, 한미일도 긴밀하게 작용하는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이익을 얻어 온 이런 구조에서 정치적 요인이나 국가 안보적 요인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은 전체의 손해가 될 것이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동맹국 미국과 경제·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공간의 확보는 새 정부에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왕융 교수는 “한국이 가진 영향력은 절대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이 가진 외교적 자율성과 조정력을 강조했다. 한국은 미-중 관계 안정을 추구할 ‘필요’가 있고, 두 나라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능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왕 교수는 미·중이 극한의 경쟁이나 충돌로 치닫는 상황을 중간에서 막을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적 역량 면에서 이미 매우 강한 ‘미들파워 국가’(중견 강국)여서, 한쪽에 의존하지 않고 양국 사이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며 “자신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중 관계 개선 의지가 양쪽에서 모두 강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과 쿼드(Quad·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을 통한 대중국 견제 뜻을 지속해서 밝히고 있다. 한국 참여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왕융 교수는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중심의 안보 협의체들은 사실상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구조고, 결국엔 미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정세의 긴장 고조는 미국에 유리한 전략”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부풀려 퍼트리면서 다른 나라가 두려움을 갖게 하고, 미국과의 관계는 강화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의 참여는 외교적 자율성을 축소해 한국의 안보 이익은 해치고, 미국의 이익만 충족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 속에서 한-중 정상은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왕융 교수는 두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오는 11월 초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대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정상 외교 복원의 신호”라며 “조속한 상호방문이 이뤄지고, 고위급 전략적 소통이 강화된다면 한중관계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고도화,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등이 양국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제 협력 방향”이라고 짚었다. 또 “다자안보체계나 주요 20개국(G20), 아세안(ASEAN)+3 같은 지역 협력 틀 내에서의 정치·외교적 연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략적 대화를 강화하고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미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 협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봤다. 과거 미-중이 평화적 수단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왕 교수는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쪽 시도가 남북 관계 개선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방면의 정상·국가 간 협력이 가능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우호 정서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왕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중국을 악마화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한국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 반중 감정은 이미 유엔 보고서에서 언급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한중관계 개선의 중요한 장애물이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중 감정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