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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래형, 얼마 만인가요!"
"어, 김희욱씨 아닌가!"
지난 3월 16일 경기도 남양주 운길산자락에서 반갑고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다. 월간 산에 산악만화 '악돌이'를 연재하는 박영래씨와 한국대학산악연맹 69학번들이 53년 만에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산악관련 행사에서 가끔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행사장이라 차분히 정담을 나누진 못했다. 그럴 때마다 '언제 한 번 오붓이 만납시다' 말만 하고 헤어졌다. 박영래씨와 우리는 나이로 치면 몇 년 선후배지만, (사)한국대학산악연맹신탁
창립 초기인 1972년 월간 산 사무실에서 1년 가까운 동안 함께 지내면서 여러 사연이 얽힌 사이다.
대학산악연맹 69학번 동기들은 몇 년 전부터 이른 봄이면 예봉산 계곡에서 꽃산행을 해왔었는데 올해는 박영래씨를 모시기로 의논한 바 있었다. 영래 형에게 그런 뜻을 전했더니 무척 좋아하셨다. 70세 중후반 80을 바라보는 나이, 죽기 전메디프론주가
에 한 번 만나 회포를 풀어야 한다는 다짐을 이날 비로소 실행에 옮긴 것이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만난 이날 일정은 예봉산 꽃산행을 한 후에 운길산자락 동기생 농막에서 장어를 구우며 정담을 나누기로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민물장어를 구입하고, 야채, 음료수 준비 등 나름대로 각자 일을 분담해 부산을 떨었다. 예봉산, 운길산은 서로 연결되며 수도권 전철로 릴게임공략법
접근이 가능하고 마침 동기생 농막은 아지트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모임은 월간 산의 산 증인 박영래씨를 한국대학산악연맹 초창기 멤버인 1972년 당시 회장인 김희욱(동국대산악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창립. 현 종교미술 저술가), 부회장 최중기(서울문리대산악회. 현 인하대 명예교수. 한국산악학회 회장), 이사 이평재(경희대산악부. 현 대야마토게임장
신물류 개발실장), 이사 이규태(성균관대산악부. 현 한국등산안전협회 회장) 등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성사됐다. 당시 영래형과 어울렸던 우리 동기들 중엔 이미 고인이 된 친구도 있고 이날 부득이 참석 못 한 동기생도 있지만 하여간 5명이 반갑게 마주한 것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대학산악연맹 창립에 월간 산이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해외선물지수
월간 산이 출간되기 전 1969년 '등산' 이란 제호의 산악전문지가 출간되었다. 그런데 '등산'이 경영난으로 폐간위기에 처하자, 당시 사회유력인사들의 모임이었던 신우회가 '등산'의 발행권을 인수했다. 그리고 제호를 '산'으로 바꿔 1971년 1월호부터 통권 18호로 재창간한 것이 오늘의 '월간 산'이다. 당시 '신우회'는 검찰총장이었던 신직수, 해군참모총장이었던 김영관 등의 인물들이 만든 단체였는데 당시 고故방일영 조선일보 회장이 그 모임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월간 산 초대 발행인 김영관과 함께 부임한 이일동 주간은 조선일보 문화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분이다. 김영관 발행인은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았고 이일동 주간이 잡지발행의 모든 업무를 주관했다.
우리는 대학연맹을 창립하면서 유일한 산악전문지인 월간 산에 여러 가지 협조를 요청했는데 말하자면 학생들이 수시로 찾아가서 귀찮게 한 것이다. 이일동 주간은 나름대로 판단해 우리에게 아예 책상 하나를 사용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우리는 매우 고마우면서도 가끔씩 우리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이일동 주간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분에게는 아들 또래인 우리들 활동이 어설프게 생각되어 조언 내지는 가르침을 주려고 했을 터이나 우리에겐 잔소리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당시 대학연맹 회무추진이사로 월간 산 사무실의 대학연맹용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일동 주간은 때론 우리를 나무라기도 했는데 나와 김희욱 회장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직장상사 흉보듯 영래 형에게 이일동 주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럴 때면 입사 2년차 사원인 영래 형은 맞장구쳐 주거나 조정역할도 해주었고, 때론 친구처럼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었다. 이런저런 사연과 함께 1972년 월간 산 사무실에서 대학산악연맹의 기반은 다져지고 있었다.
53년 만에 자리를 함께한 영래 형과 우리는 자연스레 1972년으로 되돌아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의 편린들을 서로 꿰맞추면서 말을 서로 먼저 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이날 우리가 왜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1971년과 1972년 '월간 산' 사무실을 무대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대학산악연맹50년사」 기록으로 그 사연을 증거해 보겠다.
위와 같이 월간 산은 대학산악연맹 출범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대한 역할'을 했고, 그 중심에는 이일동 주간이란 분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연맹 학생들과 이일동 주간 사이엔 박영래가 있었다. 그러니 기억을 되살리면 할 말이 오죽 많았겠는가. 53년이란 세월이 흐른 이날의 만남에서 내린 결론은 "당시 이일동 주간은 대학산악연맹 창립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는 것이었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후 2시 마칠 예정이었던 이날 만남은 오후 4시를 넘기면서도 꼭 해두어야 할 말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메모광인 영래 형은 웃고 떠들다가도 수시로 수첩을 꺼내 메모하기를 반복한다. 모두 아쉬웠지만 김희욱은 경주에서 또 다른 행사가 있고, 최중기도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평재와 필자도 내일의 출근 준비를 해야 해서 훗날을 다시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산악운동의 어제, 오늘, 내일' 좌담회 기사(월간 「산」 71.11월호)
대학산악연맹50년사 49쪽
1971년 9월 24일 대학연맹 합동보고회 및 임시총회에서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강연과 월간 산 이일동 주간의 격려사가 있었다.
대학산악연맹50년사 50쪽
이일동 주간 사회로 71.10. 월간 「산」 회의실에서 대학연맹 신효철 회장과 6개대 산악부 주장의 좌담회(주제 : '대학산악운동의 어제, 오늘, 내일')가 개최되고 그 내용이 「산」 1971년 11월호에 소개되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대학연맹의 활동방향과 젊은 대학산악인이 생각하는 등산관을 잡지를 통해서나마, 거침없이 그리고 대담하게 쏟아냈다. '산악계의 고질적인 아집과 반목, 질시를 없애고 한국산악운동을 이끌어나가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만 하고 또 반드시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역설했다. 월간 「산」 입장에서는 1971년 1월호에 게재되었던 6개대학 교수산악인 좌담회 '대학산악부의 운영과 문제점'에 이어 10개월 만에 6개대학 재학생 산악부리더들과 좌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특히 이일동 주간은 두 좌담회 모두 사회자로 회의를 진행했었고, 이런 연유로 월간 「산」은 우리 연맹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대학산악연맹50년사 54쪽
5월 31일 월간 「산」 이일동 주간 사회로 <보람과 반성과 해야 할 일 - 대학생 등산인대회를 끝내고>란 주제의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동국대 김희욱 박웅열, 성균관대 이규태, 한양대 진정완, 경희대 양관명 이평재, 서울사대 김민식 김일균 8명이 참석해 행사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정리하였다. 그 내용은 월간 「산」 1972년 7월호에 6쪽으로 소개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대학생 등산인의 실태 - 아쉬운 산악활동의 구심점과 발전방안 모색」 이란 제목으로 10쪽 분량을 발표했다. 또한 행사 내용을 <젊음과 슬기의 약동 화보로 엮은 대학생등산인대회>란 제목으로 화보로 편집해 실었다. 「산」 7월호는 대학연맹 특집호가 되어 연맹의 설립목적과 활동방향을 대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박영래 님은 참석자 모두의 그림명함을 준비해 오셨다. 앞면엔 악돌이와 개인별 이름을 그렸고, 뒷면엔 월간 산 53년 전 당시 주소에 한국대학산악연맹과 이일동 주간, 박영래를 함께 적었다.
대학산악연맹50년사 446쪽
우리는 월간 「산」 이일동 주간의 배려로 사무실 귀퉁이에 책상 하나를 얻어 사무실로 삼았다. 그곳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광화문 네거리 국제극장과 조선일보 사옥 중간에 위치했던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건물이어서 교통이 편리했다. 지하철이 없던 당시 서울 각 지역에 산재한 대학에서 버스 한 번이면 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당시 학교를 휴학한 이규태가 사무실을 지키면서 연맹의 일을 하였다. 이곳 산악문화사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매주마다(요일 미상) 오후에 모여 안건을 정리하고는, 으레 2차 수순으로 같은 건물 지하에 있던 초원다방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즈음엔 특별히 명동 'OB캐빈'인가에 간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그때 악돌이 박영래씨도 함께했던 것 같은데 그는 우리보다 몇 살 위였지만 자주 어울렸다.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 훗날 꼭 알프스등반을 함께하자고 우리끼리 다짐했지만 아직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1972.6.25. 북한산 비봉 진흥왕순수비 답사등산.?사진 김희욱
대학산악연맹50년사 54~55쪽
6.25를 맞아 월간 「산」이 주최하고 산악문화사 김영관 사장, 이숭녕, 유홍렬, 박철암, 정종 교수님들과 조선일보 이규태 사회부장, 동아일보의 최일남, 한국일보의 김운영씨 등 산악계, 언론계 인사 30명 정도가 국보3호 진흥왕수수비가 있는 비봉으로 답사등산을 갔다. 당시 군 작전지역으로 통제된 지역에 허가를 득하여 산행을 했는데 대학산악연맹 간부(4학년 학생)인 김희욱, 이규태, 이평재 등이 참가해 산행가이드를 했다. 이날 산행에서 진흥왕순수비가 훼손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조선일보 이규태 사회부장은 3일 후인 6월 28일,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이 문제를 크게 보도했다. 신문보도 당일, 관리당국은 허겁지겁 이전계획을 발표했고, 8월에는 부랴부랴 박물관으로 비석을 옮기고 그 자리에 모조비석을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보3호를 지켜낸 데에 대학산악연맹이 다소나마 기여한 것은 창립 초기의 뜻깊은 일이었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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