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시험 직후엔 문항 변별력과 입시 전략을 분석하는 정보가 넘쳐날 것이다. 이날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수험생과 학부모에겐 더없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대전환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정답 찾는 능력은 AI가 이미 인간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어넣는 교육 그만하고 '꺼내는 교육'을 하자고 외쳐 온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교육 개혁은 구한말 개혁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수능 문제 난이도를 논할 게 아니라, 교육 목적에 맞는 평가가 이뤄졌는지를 지적해야 합니다. AI 시대 인재를 위해선 사고 역량을 측정하는 평가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이 소장은 2016년 3월 매일경제 명예기자
바다이야기온라인 로 '교육 개혁 팔 걷은 일본, 아시아 최초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 등 기사를 기획 보도한 후 10년째 줄곧 국내 IB 교육을 주창해 왔다. 최근 매일경제와 다시 만난 그는 "양극화된 사회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교육공학 박사를 거쳐 모교에서 12년 동안 수업 설계법, 교육방법 등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을 주제로 교단에 섰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수십 번 개정한들 평가 방식이 '정답을 고르시오'에 머물러 있는 이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2014년 그가 주도한 연구(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선 학생이 자기 생각을 포기하고 교수의 관점을 따를수록 학점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50년간의 압축 경제 성
백경게임랜드 장기엔 선진 지식을 비판 없이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자기 주도적·창의적 인재를 키우겠다는 교육 목표와 평가 방식 사이의 괴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소장이 대안으로 주장하는 IB 교육은 사고 역량을 평가한다. 학생은 교실에서 배운 개념을 토대로 자기 관심사나 실생활과 연결 짓는 탐구 보고서를 쓰고 그 완성도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로 평가받는다. 1968년 유엔 주재원 자녀를 위한 시험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동했는데, 다국적 국제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였던 만큼 특정 이념이나 정답이 없다. 평가의 공정성은 전 세계 4만명의 채점관과 중앙채점센터의 검증 체계 등으로 확보했다.
이런 교육 방식은 극한으로 치닫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반대 의견을
릴게임사이트추천 반영해 재반론을 펴거나 자기 논리를 보강하는 능력이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다. 이 소장은 "우리처럼 '다른 답은 틀린 답'이라고 채점하는 시스템에서 12년간 평가를 받다가 사회로 나오면 다름을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며 "거기에 경쟁까지 더해져 학폭, 진영 간 갈등,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IB 도입 후 '이지메'(왕따)가 현격히 줄었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IB가 엘리트만을 위한 교육 방식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은 따라가기 버겁고, 사교육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장 등의 주도로 2019년 한국어판 IB 교육이 처음 도입된 이래 17개 시도 교육청 중 12곳이 시행하면서 긍정적 사례가 다수 쌓였다. 대학 진학 비율이 낮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 일상 속 연구 주제를 찾아 학업 의욕을 되찾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 소장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아이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을 자녀 교육에서 몸소 체험했다. 공교육에선 '생각이 많아 집중을 못한다' '문제 푸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수학 포기자' 취급을 받던 딸이 중학생 때 전학을 간 국제학교에서는 '수학적 사고의 귀재'라는 정반대 평가를 들었다고 한다. 딸은 미국에서 수학 전공 학위를 받고 지금은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다.
그는 더 많은 아이가 자기 역량을 발휘하길, 그래서 사회도 좀 나아지길 바란다. 이 뜻에 공감한 교육 전문가 중엔 최근 서울대 IB교육연구센터(가칭) 신설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한 우종수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도 있다. IB 교육 도입 주장에 일찍이 공감해온 그가 이 소장에게 기부처를 상의해 왔고, 일회성 장학금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서울대 측에 다리를 놔 교육 싱크탱크가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소장도 센터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통한 수능 개혁을 논의한다. 그는 "수능 개혁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매해 예측 가능한 설계도를 그려야 국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