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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 국립정동극장 제공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뮤지컬로, 창극으로 재탄생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인기 소재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 세상을 떠돌며 소리를 익히는 예인 아비와 의붓 남매의 애달픈 사연을 다룬다. 오빠는 소리 공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동생을 두고 떠나고, 남겨진 아비는 예술에 대한 집착으로 딸아이의 눈을 멀게 한다. 이 극적인 드라마는 목돈굴리기 여러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을 자극했다. 국립정동극장이 30주년 기념작으로 준비한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이하 소리극 '서편제')은 기존의 다양한 버전에 비해 원작을 그대로 품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도 고선웅 연출 특유의 해석이 돋보인다. 그의 '서편제' 중심에는 무엇보다 '소리'가 있다.
소리꾼이 등장하는 작품 개인신용회복대출 특성상 다른 버전에서도 노래하는 대목이 많지만 이 작품은 특히 음악적 비중이 높고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판소리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주제이자 작품 자체다. 이번 무대에는 민요를 포함해 총 22곡의 소리가 사용된다. 마지막 '아매도 사랑이야'를 제외하고는 기존 판소리 눈대목이나 단가의 일부가 그대로 노래 된다. 각각의 노래는 소리 공부나 공연의 일부로 등 생애첫주택구입자금 장하지만, 마치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극과 엮이며 의미를 확장한다.
윤진사의 사랑방을 떠나 폐가로 거처를 옮기는 장면에서 소녀는 흥보가의 '가난타령'을 부른다.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흥보의 처지와, 비도 눈도 바람도 막지 못하는 폐가에 머무는 소녀의 현실이 겹치면서 한층 깊은 울림을 만든다. 또 기금운용본부 아비는 소녀의 눈에 청강수를 붓기 전 심청가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른다.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눈을 뜨는 심봉사의 기쁨을 담은 이 노래가 아이러니하게도 소녀가 시력을 잃기 직전 울려 퍼진다. 이후 눈이 먼 소녀가 아버지의 윽박에 소리 공부를 이어가며 흥보가 정성스레 '제비 새끼 살리는 대목'을 부른다. 극적 상황과 노래의 대 상한 갈대 비가 감정의 깊이를 더욱 짙게 만든다.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 국립정동극장 제공
기존 작품과 차별화한 고선웅 연출 특유의 해석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 국립정동극장 제공
작품은 아비가 왜 소녀의 눈을 멀게 했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성숙해지는 소녀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 그렇게 했다는 의심을 품게도 하지만, 이때 불리는 소리가 오히려 은연중 아비의 마음을 대변한다. 작품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소리로써 느끼게 하고 어렴풋이 짐작게 한다.
고선웅의 '서편제'는 두 개의 시간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리재 주막에 한 사내가 찾아와 주모 냉이에게 소리를 청하면서 극이 시작한다. 사내는 주막에 얽힌 사연과 예인 부녀의 이야기를 듣고, 현재 냉이의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극중극으로 재연된다. 현재의 냉이와 사내는 종종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의 시간대로 넘어가 분노하고 슬퍼한다.
시공간의 경계뿐만 아니라 감정의 결도 뒤섞인다. 아비가 병들어 죽는 장면에서는 춘향과 몽룡의 이별을 그린 춘향가의 '이별가'가 울린다. 연인의 작별과 부녀의 사별은 다르지만 '이별가'는 두 감정을 넉넉히 품으며 감정을 휘몰아친다. 집 나간 의붓 오빠였던 사내가 신분을 숨기고 유랑하던 소녀를 기어이 찾아내 재회하는 장면에서도 사내의 존재를 안 소녀는 아무 말 없이 '비 맞은 제비같이' 대목을 부른다. 춘향이 몽룡을 떠나보내고 꿈에서라도 잡고 싶은 애끓는 마음을 표현한 이 노래 안에서 서로 다른 감정이 얽히며 닮아 간다.
이 작품은 깊고 오묘한 소리로 예인의 길을 집착하는 아비와, 그로 인해 눈먼 딸, 아비를 원망해 도망쳤지만 마음의 짐을 떨치지 못했던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움도 원망도 녹아들고, 선인도 악인도 없이 모두가 불쌍한, 그렇지만 함부로 동정할 수 없는 마음을 소리에 실어낸다.
죽음을 앞둔 아비에게 소녀는 마지막 가기 전 내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는다. 아비는 답한다. "마음을 말로 씨부린다고 마음이 되간디? 소리 말고는 없어야." 소리극 '서편제'는 아비의 대답 같은 작품이다. 원망과 그리움과 미움과 기쁨이 뒤엉킨 소리가 모든 걸 말해 준다. 소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리극 '서편제'는 다음 달 9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 국립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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