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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가 열린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구글이 이날 공개한 확장현실 기반 스마트 안경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에 의외의 인물이 깜짝 등장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었다.
부스 앞에서 구글 직원으로부터 스마트 안경을 건네받은 브린은 흥미로운 듯 안경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살펴봤다. 이어 이 안경을 얼굴에 착용한 뒤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안경을 쓰면 작게 표시되는 시계를 발견했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구글 직원이 "무 은행직원 엇이든 제미나이에 물어봐도 된다"고 말하자, 브린은 정면의 구글 직원을 바라보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야?"라고 물었다. 스마트 안경 속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는 "한 명"이라고 답했다. 브린은 흐뭇한 듯 웃었다. 그는 스마트 안경만 약 10분간 체험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날 브린은 이번 I/O 공식 행사 중 하나인 리스차량대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을 위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왔다. 그는 2019년 구글 CEO직을 순다르 피차이 현 CEO에게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2022년 말 챗GPT 등장과 함께 '원조 AI 강자'인 구글의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사실상 현업에 복귀했다. 현역 시절에도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 법인회생 로 불렸던 그는 현재 구글에서 공식 직함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5일 이상 출근하며 AI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그가 이날 대담 전 유일하게 스마트 안경 부스에 들른 건, 구글이 이 제품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상징한다는 반응이 현장에서 나왔다. 한 현장 직원은 "브린이 온다는 것을 미 등록대부업체 리 알지 못했다"며 "제품을 실제로 써보고 싶어서 갑자기 찾은 것 같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설치된 구글의 스마트 안경 체험 부스에서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새마을금고 이율
스마트 안경 파트너로 한국 기업들 택해
구글은 이날 I/O에서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혼합현실을 아우르는 용어로, 가상공간에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 기반의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과 시제품을 공개했다. 구글이 스마트 안경 개발에 나선 건 2013년 '구글 글라스'를 출시했다가 2년 만에 단종시킨 지 10년 만이다.
구글은 지난해 XR 기기를 구동할 전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한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으나, 안경 형태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샤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헤드셋을 넘어 스마트 안경으로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선글라스 업체인) 젠틀몬스터, 미국 안경 브랜드 와비 파커와는 디자인 협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경의 디자인은 두 업체가,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확장현실 담당 직원들이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안경을 착용한 사람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안경이 사진 촬영해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미래엔 안경이 '동시 통역사' 된다
이날 브린도 찾았던 체험 부스에서는 구글이 제조한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약 5분간 써볼 수 있었다. 직접 만져본 스마트 안경은 일반 안경보다 살짝 두꺼웠지만 무게는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안경 프레임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었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이크와 스피커도 내장돼 있다고 했다. 안경테 오른쪽에는 터치형 패드가 붙어 있었다. 여기를 손가락으로 2초가량 누르면 내장된 제미나이가 호출되고, 다시 짧게 터치하면 제미나이 구동이 일시정지된다.
안경을 쓴 채 벽면에 달린 그림을 보며 "이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 줘"라고 요청하자, 제미나이는 거의 지체 없이 그림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거 내가 살 수도 있어?"라고 되묻자 "아마존 등에서 비슷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날 무대에서 구글은 이 안경이 다른 언어를 쓰는 대화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 통역하는 것을 시연했다. 아주 초기 제품이라 통역 속도가 느리고 끊김도 있었지만, 제품이 완성될 때쯤에는 사람 통역사와 비슷한 능력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구글은 이 안경을 언제 출시할지에 대해서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현재 세계 스마트 안경 시장은 메타가 주도하고 있다. 테크업계에서는 구글·삼성전자 연합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양분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 안경 시장도 진출과 동시에 메타와 2강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