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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심의를) 왜 공개하자는 겁니까?”(한석훈 위원)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이숙진 상임위원)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건 이유가 안 되잖아요.”(한석훈 위원)
“(위원회 의사 결정은) 공개가 원칙입니다.”(이숙진 상임위원)
“우리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려면 왜곡보도에 대한 걱정이 없는 상태여야 합니다.”( 베이비백립 한석훈 위원)
지난 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제12차 전원위원회가 시작하자마자 안창호 위원장은 이날 상정된 ‘새 정부 인권과제 의결의 건’의 공개 여부에 대해 위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숙진 상임위원 등이 당초 비공개 안건으로 올라온 이 안건을 비공개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석훈 위원은 집요하 골든브릿지증권 게 반대 뜻을 밝혔다.
이런 논의 현장을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면서 의아했다. 한 위원이 ‘회의 비공개’를 주장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왜 이렇게 공개 심의에 부정적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는 언론의 왜곡보도를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 말하지 않았다. 전원위가 끝난 뒤 한겨레가 “왜곡보도 내용을 알려달라”고 문자메시지를 삼성sdi 보냈지만 역시 답하지 않았다.
이날 한 위원은 “내부검토 과정은 쓸데없이 공개할 필요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검토 과정을 공개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라미 위원은 “함께 상정된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제5차 심의 관련’ 안건도 내부검토이지만 공개를 한다. ‘새 정부 인권과 기업은행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 제’와 무슨 차이냐”고 따졌다. 두 안건 모두 내부검토 안건인데, 새 정부 인권과제를 비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이번에는 인권위 운영규칙 9조를 들고 나왔다.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회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공정한 의사결정 또는 업무수행에 현저히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은 비공개로 한 삼성카드 홈페이지 다”는 규정이다. 이에 이숙진 상임위원은 “새 정부 인권과제 관련 논의 내용 공개가 왜 인권위 업무에 현저히 지장을 초래하는 사항이냐”고 따져 물었다. 한 위원은 “(언론이) 위원들의 말을 왜곡 보도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며 ‘왜곡보도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한 위원의 주장에 동조한 이는 이한별·강정혜 위원이었다. 이들 세 위원의 공통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안건 의결에 나서 ‘내란 동조자’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날 이한별 위원은 “불미스러운 걸 방지할 때 서로 각자 비공개 사안으로 할 수 있다”고 했고, 강정혜 위원은 “그동안 전원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결과로 볼 때 당분간 비공개로 하는 게 옳다”고 했다. 인권위원 중 비교적 중도 입장을 취해온 김용직 위원은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날 ‘새 정부 인권과제’ 안건은 공개 심의로 진행됐다.
인권위원은 대통령의 지명이나 대법원장 또는 여야 추천을 통해 임명된다. 여야 추천을 받으면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친다. 그만큼 자신의 말과 의견에 책임을 져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한 위원은 비상계엄 엿새 뒤인 지난해 12월9일 비공개로 열린 전원위 회의에서 “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이니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확립된 판례”라고 말했고, 한겨레는 이를 유일하게 보도했다. 앞서 대법원은 1997년 12·12 군사반란 재판에서 ‘국헌 문란 목적의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못박았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한 위원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이다.
비공개로 해야 왜곡보도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 열고 투명해져야 왜곡 보도를 막고 본인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인권위의 모든 회의는 녹음된다. 특히 전원위 회의는 녹취록을 작성한다. 언론이 왜곡보도를 할 경우 이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 위원이 비공개회의를 주장하는 것은 본인의 발언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날 전원위가 끝난 뒤 인권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는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한석훈·강정혜·이한별 등 내란동조 위원들은 즉시 사퇴하라”는 글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언론의 왜곡 보도가 우려되므로 비공개로 회의 진행되어야 한다. 유튜브로 생방송 중계하면 왜곡 보도 방지 가능합니다.”
“동의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가 있으니 생중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권위법 개정안에 상임위·전원위 생중계 조항을 포함할 것을 건의합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