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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프로젝트의 배우 손상규(왼쪽), 양종욱(오른쪽 뒤), 양조아(앞)가 무대 위에서 ‘유령들’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신작 ‘유령들’에서 알빙 부인을 연기한 양조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유령들’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신작 ‘유령들’에서 알빙 부인을 연기한 양조아 배우와 아들 오스발은 연기한 손상규 배우가 무대 위에서 포옹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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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들의 연극인’으로 불리는 4인 창작그룹 양손프로젝트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을 새롭게 해석한 동명 연극 ‘유령들’로 무대에 올랐다.

전통·종교·관습 등 실체는 없지만 여전히 개인의 행동을 규정짓는 사회적 시선을 ‘유령’에 빗대 탐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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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입센은 미사여구 없이 직진하는 언어를 쓰는 작가”라며 “그 점이 우리 팀의 미학적 취향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센 3부작의 시작으로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았지만 등장인물이 가장 적어 시작점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알빙 부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남편의 유산으로 고아원을엔케이바이오 주식
세워 과거를 청산하려던 그녀는 귀국한 아들과의 재회를 통해 숨겨진 진실과 마주한다. ‘근친’, ‘매독’, ‘안락사’ 등 당시로서는 금기된 소재를 직설적으로 다루며, 발표 당시 노르웨이에서 상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고전이다.
양손프로젝트는 특유의 미니멀한 무대미학과 생생한 언어 감각으로 이 고전을 오늘의 무대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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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연출가는 “입센의 표현은 돌려 말하는 부분이 많아, 실제로 주고받는 말처럼 작동하도록 대사를 다듬었다”며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인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대는 관객석이 4면을 에워싼 ‘아레나형’ 구조로 구성됐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관객은 등장인물들을 옥죄는 ‘시선’으로 기능했코스닥검색
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로 마주 앉은 관객들은 시선을 주고받으며 이미 작품의 주제의식을 체험했다.
박 연출가는 “관객이 인물들을 옥죄는 시선으로 기능한다. 시선이 엉키고 설키면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양조아 배우는 “사면 무대는 숨을 데가 없다. 알빙 부인이 느꼈을 억압과 시선의 압박이 배우에게 그대로 전이됐다”고 덧붙였다.
무대에는 긴 의자와 스툴, 팔걸이 의자 세 개만 놓였다. 그러나 세 명의 배우는 이 단출한 공간을 치밀하게 채웠다. 두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무대를 맴돌며 대화를 중계하듯 해설하고 인물의 감정선을 유도했다. 그는 사회적 규범의 화신처럼 행동하며 인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러한 존재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이자 ‘유령’으로 읽혔다.
음향은 죽은 남편의 잔재, 곧 ‘유령’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천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스산한 사운드는 무대를 배회하며 인물을 압박했다. 조명은 흰빛 위주의 절제된 구성을 택했지만, 고아원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에서 터져나오는 강렬한 빛만큼은 비극의 절정을 환하게 비췄다.
배우들의 호흡은 오랜 시간 함께한 앙상블다운 섬세함을 보여줬다. 작품은 영어 번역본을 토대로 일상적인 구어체로 재구성돼, 19세기 노르웨이가 아닌 지금 이곳의 대화처럼 현실감을 전했다.
박 연출가는 “원작을 읽었을 때 예스러운 어투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모두가 함께 공동 번역 작업을 진행하며 실제 대화처럼 작동하도록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양손프로젝트의 복귀작 ‘유령들’은 예매 오픈 직후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공연은 지난 10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막을 내렸으며, ‘입센 3부작’의 나머지 두 편은 향후 매년 한 편씩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