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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영남권 초대형 산불은 그동안 정부가 해 온 '진화 중심 대응' 한계를 보여줬다. 기후변화로 초대형화한 산불은 단순히 산에서 일어나는 불이 아니라 생태계 파괴, 대기오염, 수질 악화, 인명 피해, 지역 사회와 경제 붕괴로 이어지는 연쇄 재난이자 국가 재난이 됐다. 꺼야 할 불이 아니라 미리 막아야 할 재난이 된 셈이다.
국토 70%가 산지로 마을과 도심이 맞닿은 한국 현실에 패러다임 전환은 절실하다. 하지만 국내 산불 정책은 발 은행 파업 생→ 진화→ 복구 순환구조에 매몰돼 있다. 산림청-지방자치단체-소방청으로 나뉜 진화 지휘체계는 산불 조기 진압에 되레 걸림돌이 됐다. 제각각 사무실에 만들어진 컨트롤타워는 보고 중복을 낳고 유연한 현장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 산불을 "사람이 끈 게 아니라 더 태울 게 없어 자연스레 꺼졌다"는 조롱섞인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t 통합
2025년 4월 하동 산불 대응상황 점검하는 박완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예방 정책 한계
산림청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2015~2024) 간 국내에서 산불 원인 가운데 입산자 실화가 31.4%로 가 일본핸드폰연체 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쓰레기 소각 12.3%, 농산부산물 소각 11.1%, 담뱃불 실화 6.4%, 건축물 화재 비화 6.1% 등 순이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은 농장 예초기 불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울산 울주군 산불도 농막에서 용접 중 발생한 스파크가 원인이었다. 경북 의성발 산불도 성묘객 실화와 농자재 소각에 의해 발 우리은행 대출이율 생했다. 북미와 유럽처럼 건조한 지역에서 번개와 같은 자연적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생과 도시 경계 지역에서 사람에 의한 산불 위험이 특히 높은 셈이다.
산과 산림인접마을, 산지 인근 도시가 큰 '화재 구역'이 되는 현실에서는 '발생 이전 단계에서 차단'(Prevention before ignition), 즉 예방 전국은행연합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정부는 불에 강한 숲(내화수림) 조성, 숲가꾸기와 산불진화 임도 설치 사업 등을 내세우지만 초대형 산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2025년 기준 산림청 조림 사업 예산 1077억 원 중 내화수림 조성 예산은 사유림을 대상으로 국고 30억 원 수준이다. 국고와 지방비 각 50%가 지원되는데 2021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2024년까지 4년간 총 1540㏊ 조성에 그쳤다. 정부 주도 '연료 관리' 사업인 숲가꾸기는 적은 예산과 인력 탓에 효과가 크지 않으며, 산불진화임도 설치는 전체 산림이나 사유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국 특성상 확충이 쉽지 않다. 더구나 임도는 산청·하동 산불 당시 임도를 타고 불길이 확산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불길이 확산되면 이미 진입이 어렵게 되는 등 산불 예방과 진화 효과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 산불 감시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지만 한계가 많다. 산림청은 2025년 5월 기준 감시용 드론 398대를 보유하고 2024년 기준 2082건을 단속했다. 하지만 항공안전법에 따른 비행제한구역 설정, 야간·비가시권 비행 금지 등 규제가 엄격하다. 장시간 감시가 가능한 드론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주민 참여형 예방 부재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에 있어 '주민참여형 연료 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산불방지학에 불이 일어나는 3요소로 화원, 연료, 기상을 꼽는다"면서 "숲을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화원과 기상은 대처가 어렵다 해도 연료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화에 의해 불이 붙더라도 주변에 '탈 것'(연료)들이 적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화 이전에 불이 나도 확산하지 않을 산림 관리 중요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불이 붙지 않고 또 불이 번지더라도 피해가 나지 않도록 불의 매개와 사람이 사는 공간을 이격하는 등 평소에도 관리를 하면 좋은데 한국은 그런 정책적 제도가 미흡하다"며 "연료를 평상시 관리하지 않는 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당국의 임무 소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포르투갈,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도심과 마을 산의 경계에서 연료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림당국은 산림 연료량을 줄이고 수종을 관리해 '불에 강한 숲' 조성에 정책과 인력을 집중하고, 자치단체는 마을 단위 방화선과 대피로를 확보하고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2억 달러를 들여 도시와 마을, 도로 주변에 연료 제거 사업을 하고 있다. 산림과 50m 이격 공간 내 주민들이 주택에 연료를 쌓아놓으면 자치단체가 해소 명령을 내린다. 주민들은 의무 명령이라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따른다.
고 회장은 이처럼 "무엇보다 주민들이 산불 경각심을 알리고 연료 관리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산부산물 소각 등 마을과 산 경계에 화원을 관리할 체계도 부족하다. 순간 부주의로 실화를 일으킨 용의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거나 시장과 군수, 이장 등 마을지도자나 읍면 지역 공무원이 감시체계에 신경을 쓰고 쓰레기 수거와 소각 등 관리를 제대로 한 지역에 포상금을 주는 등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각각인 산불 지휘체계
영남권 초대형 산불 진화에는 누적 인력 7만 723명, 헬기 1226대, 장비 8386대가 동원됐다. 하지만 강풍으로 2㎞가 넘는 거리를 폭탄처럼 날아다니는 비화와 험준한 지형, 연무 앞에 진화는 속수무책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에 확산 속도가 빨리 예측도 무의미했다. 불이 멎는 듯 하다 다시 타오르기를 반복한 산청 산불처럼 초동 진화 실패가 대형 재난으로 번졌다.
현행법상 산불 진화 총괄 권한은 산림청장, 지휘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소방청은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청이 전문성이 크지만 산불이 나면 소방서에 신고해도 소방차가 곧장 진화에 나설 수 없다. 이들이 합동 대책반을 꾸린다해도 현실에서는 자원 운용을 각자 행사하려는데다, 이 과정에 상황 판단과 자원 배분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다. 대형 산불 때마다 이런 복잡한 권한 문제로 한시가 급해도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협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주민 대피 체계에도 혼선을 부른다. 경보가 제때 전달되지 못하거나, 산불 확산 속도에 맞춘 대피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피 명령이 지연되는 일이 잦다. 산지 비율과 산림 인접 주택구조물 분포도도 높은데다 고령인구가 많은 영남권 농촌 지역 피해가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지성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이번 영남권 산불을 '기후와 제도의 복합재난'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그는 "산림청과 소방청 등으로 나뉜 산불 대응 체계가 초동 진화에 혼선을 불러왔다"며 "재난안전관리법과 산림보호보법 등 법령을 일치시켜 지휘체계에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산불방지센터에 인력과 장비 동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기연 회장은 "사무실에 자리한 컨트롤 타워는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법적 지휘권자인 자치단체장 임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응 과정에서 일관성이 유지되고 참여기관간 역할 분담이 명확히 나뉘도록 중앙기관은 지원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방청 중심 산불 대응 체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초대형 산불이 일어난지 7개월, 새 정부가 들어선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응 체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대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산불 진화체계 재정비는 대통령실이 역점을 두고 정비하는 중이다. 예산과 조직, 헬기 투입 등 종합적으로 점검해 올봄 같은 대형화재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이어서 살펴 볼 캐나다의 예방 중심 Firesmart 프로그램, 포르투갈의 통합산불관리체계(SGIFR)와 이를 지휘하는 AGIF 운영 양상, 미국 국립기관간소방센터(NIFC) 역할은 국내 산불 통합 관리 대응 체계에 단초가 될 것이다.
/김두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