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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 각오하니 더 솔직해졌어요.”
지난 1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일레인(본명 김주은)의 목소리는 밝고 가벼웠다. 노래 속 낮은 목소리와 간극이 있었다. 그는 최근 정규 3집 앨범 ‘3’을 세상에 내놨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20대를 기록한 ‘일기장 3부작’의 마지막 장이다. 20대 초반의 날것(1집), 중반의 꾸밈(2집)을 지나, 30대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그는 기록의 방식을 다잡았다. ‘하우 굿’ ‘아이 윌 올웨이즈 미스 유’ 등 모든 수록곡 11곡의 노랫말을 영어로 썼다. 중·고교 유학 시절과 한국에서의 경험이 뒤섞인 결과 “감정을 말로 꺼낼 때 영어가 더 자연 원리금일시상환 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가수 일레인. 본인 제공
앨범엔 청년 일레인의 우울과 방황이 듬뿍 담겨있다. 9번째 트랙 ‘아이 돈트 워너 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문득 “엄마마저 없어지면 어떡하지”라 개명전문변호사 는 두려움에서 쓰기 시작한 곡이다. 상실이 ‘괜찮아지는’ 순간조차 미안해지는 마음을 담았다. 영화 ‘내 사랑’의 주인공 모드 루이스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모드’는 주어 없는 수동태를 통해 개인의 연애를 넘어 ‘살아오며 축적한 사랑’으로 의미로 확장했다.
‘미스터 션샤인’(‘슬픈 행진’), ‘연애의 발견’(‘파랑새’) ‘사이코지만 괜찮아’ 급여압류하는법 (‘웨이크 업’) 등 수많은 오에스티(OST)에 참여한 그는, 음악 경연·예능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너의 목소리가 보여’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과시보다 전달, 기교보다 진심을 우선한다. “심플한 코드만 쳐도 아름다울 수 있어야죠.” 오에스티에선 싱어로서의 설득력을, 자신의 앨범에선 싱어 공모주 송라이터로서의 자의식을 앞세운다.
일레인 3집 앨범 ‘3’ 표지. 일레인 제공
소속사도 없이 3집을 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2집의 성과 부진과 코로나 팬데믹의 타격이 길었던 탓이다. “7개월 동안 수입이 0원이 현재 기준금리 던 때가 있었어요. 음악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죠. 에어비앤비 호스트 같은 숙박업을 하고 싶단 생각도 들었어요.” 역설적으로 그 결심이 일레인을 가볍게 했다. 부담을 던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앨범이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드니 어깨에 힘이 빠지고 작업이 오히려 잘 되더라고요. 내 옷으로 돌아온 거죠.”
뜻밖의 우군도 만났다. ‘아이 윌 올웨이즈 미스 유’의 뮤직비디오를 뉴진스 뮤직비디오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 영상으로 유명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연출하게 된 것이다. 일레인이 과거 신 감독의 광고음악을 맡았을 때 “음악을 모른다”며 그에게 먼저 묻고 존중해주던 태도가 오래 기억에 남아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다짜고짜 부탁했다. 신 감독은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강아지와 인간의 우정을 소재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가수 일레인. 본인 제공
그는 내달 9일 서울 마포구 씨제이(CJ)아지트 광흥창에서 새 앨범 쇼케이스 공연을 한다. “노래는 결국 숨과 목소리잖아요. 제 숨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차분히 가볼게요.” 일상의 마음결을 적던 일기는 이 앨범에서 마침표를 찍고, 그는 벌써 다음 문장을 구상 중이다. “다음엔 사랑을 넘어 의도를 가진 이야기, 세상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게임을 너무 좋아해 언젠가 진짜 게임 음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사도 내비쳤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